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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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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남성 ‘커지는 복부동맥’ 경계하라

‘배 안에 숨은 폭탄’ 복부대동맥류
노화·동맥경화·유전적 요인으로 발병
50세 이후 증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아

  • 기사입력 : 2017-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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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관 질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증상이며 혈관이 늘어나는 증상질환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혈관이 늘어나고 확장돼 혹처럼 보인다는 의미로 ‘혹 류(瘤)’자를 써서 동맥류, 정맥류라고 명명한다.

    동맥혈관이 확장되는 현상을 일컫는 동맥류는 신체의 모든 동맥에서 발생할 수 있다. 뇌혈관, 신장과 같은 복강 내 장기의 동맥처럼 수㎜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동맥에서도 발생하며, 다리 또는 팔처럼 1㎝ 정도의 동맥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혈관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이다. 복부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해 지름이 3㎝ 이상이면 복부대동맥류라고 진단하는데,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던 복부대동맥류가 어느 순간 터져버리게 된다면 생명의 위협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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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맥인조혈관치환술 수술 전 파열된 동맥류.

    ◆복부대동맥류 원인과 고위험군은?

    복부대동맥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혈관의 해부학적인 특성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나 노화, 동맥경화, 유전적 요인, 고혈압, 외상 등이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은 혈액이 흐르는 파이프 구조물인데, 혈액은 일정한 압력과 속도로 흐르는 유체가 아니라 맥박이라는 형태로 높은 압력(수축기 혈압)과 낮은 압력(이완기 혈압)이 반복해 혈관을 두드린다.

    맥박을 통한 혈관 벽의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해 혈관에는 콜라젠과 탄성섬유(엘라스틴)라는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콩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신동맥 이후의 복부대동맥에서는 탄성섬유가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탄성섬유는 성인의 대동맥에서는 추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노인에게 동맥류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또 대동맥이 양측 장골동맥으로 나눠지는 구조적, 혈역학적 특성으로 혈관벽이 받는 압력이 더욱 증가하고 혈관 벽에 영양과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매우 적은 것도 동맥류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추정한다. 복부대동맥류는 50세 이후에 일정하게 증가를 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많고, 50세 이상에서 연간 1000명당 3.5명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복부대동맥류 발병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남자, 백인, 가족력,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말초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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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맥류 혈관 내 치료술 전 파열되지 않은 복부대동맥류.

    ◆복부에 박동이 느껴지는 혹, 초음파·CT·MRI로 대동맥류 조기진단

    동맥이 혹처럼 늘어나기에 맥박이 뛰듯이 느껴지는 덩어리가 복부에서 만져지는 경우도 있으나 복부 비만이 심하면 이를 느끼기 어려우며 반대로 마른 체형에서는 정상적인 대동맥의 박동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복부대동맥류의 진단은 복부초음파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작은 복부대동맥류인 경우 초음파만으로 추적 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다음 많이 시행하는 것은 정확도가 높은 CT 검사로 3차원 모양을 확인하고 동맥류 위와 아래 부위의 혈관을 점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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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부대동맥류 내부에 인조혈관 스텐트를 삽입해 동맥류 크기 감소.

    ◆대동맥류 터지면 생명 위협, 조기진단 후 철저한 관리 중요

    사전에 알지 못했던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매우 심한 복통과 식은땀, 무기력함, 어지럼증, 손과 발의 차가움 등 저혈압 쇼크와 관련한 증상이 나타나기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119에 연락을 취해 응급실을 찾는다.

    대동맥류 파열로 쇼크 증상을 보이며 응급실을 내원한다면 응급 개복술을 통한 대동맥류 절제 및 대동맥 재건술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대동맥은 척추 바로 앞에 존재하며, 가장 깊숙한 곳에 있기에 일반적인 장 수술보다는 접근이 어렵다. 이미 출혈이 발생해 복강 안에 혈액이 고여 있고 지속적인 출혈로 시야 확보(육안으로 장기와 혈관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상태)도 매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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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맥류 혈관 내 치료술 전 파열되지 않은 장골동맥류.

    ◆대동맥류 진행 정도에 따라 개복술 또는 비개복술 선택

    대동맥류의 수술은 확장한 대동맥류를 절제하고 인조혈관으로 대동맥 일부를 대체하는 수술이다. 대동맥류가 신동맥 아래에만 국한돼 나타난다면 비교적 쉽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으나 신동맥 상방까지 확장되거나 골반 내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골동맥까지도 동맥류가 동반돼 있다면 수술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신동맥보다 위에서 대동맥을 절제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것을 시작한다면 수술 사망률은 10배(32%) 정도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고 수술 후 투석이 필요한 신부전도 거의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동맥류 혈관 내 치료술(EVAR, Endovascular aortic aneurysm repair)이라고 하는 중재적 시술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개복술과 혈관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혈관 내에 스텐트를 거치해 혈관 내의 혈액이 실제로 흐르는 유효지름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다른 혈관에 넣는 스텐트에 비해 지름도 굵고 스텐트의 철망 사이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특수 재질의 헝겊이 덮여 있어서 일반적인 중재적 시술처럼 조금 굵은 주삿바늘 정도로 시행할 수는 없다. 양측 서혜부(사타구니)에 5㎝ 정도를 절개해 대퇴동맥을 노출해 2시간 정도 시술을 시행하는데, 국소마취만으로도 충분히 시술 가능하다. 또 혈관 봉합을 위한 특수재료를 사용한다면 1㎝ 정도의 절개만으로도 시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대동맥류에서 혈관 내 치료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신동맥보다 2㎝ 정도 아래에서 시작되고, 굴곡이 심하지 않은 등의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수술이다. 다만 단기 생존율에서는 개복을 통한 혈관 수술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이득을 보이는 치료법이므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고령이나 다른 신체질환으로 수술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권유되며 수술절개가 작다고 무조건 우선 적용하는 치료는 아니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한마음창원병원 통합암센터 흉부외과 최주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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