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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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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노크 - 김휘 (창원 모리갤러리 관장)

  • 기사입력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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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전시공간이 작품 중심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라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관객, 지역주민이 친근하고 쉽게 일상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생활의 일부로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생활공간으로서의 갤러리를 연출하면서 미술 문화의 저변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화강좌, 전시기획을 하다 보면 많은 작가들과 내밀한 미팅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공간에서 또는 어려운 환경에서 작품이 설치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에 굴하지 않고 예술세계를 지켜 가고 있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장에서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시 기획자의 역할이다.

    작품 감상자의 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현대 미술을 그냥 모르고 보면 여느 전시나 크게 다르지 않다. 감상자는 난해한 작품 앞에서 작가의 작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무엇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미술관은 한 나라의 문화자산이며 국가의 품격을 말해주는 소중한 가치임을 알 수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즐비하고 동네의 작은 갤러리까지 그들이 살아온 자취를 소중히 전시하고 가꾸고 있다. 동네의 후미진 갤러리에서 동네 분들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익숙한 듯 마음에 드는 작품을 적금 붓듯 할부로 구입하는 상기된 얼굴들도 보았다. 평범한 이웃이 좋은 작품을 구입하고 사회적 선순환이 되는 것이 당연한 그들의 문화가 부러울 때가 많다.

    문화예술은 생경하고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며,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상업주의 재테크 개념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가깝고 친숙한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이 가을 지나다 가끔 갤러리 문을 노크해 보자. 이것이 역경 속에서 예술의 혼을 놓지 않는 작가, 기획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예술을 향유하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휘 (창원 모리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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