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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KAI, 희망을 노래하자 -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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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과 달리 방산비리 적폐 청산이란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심지어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이라는 혹평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검찰로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일 뿐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애초 제시했던 큰 그림이 아닌 건 분명하다. 방산비리가 아닌 하성용 전 대표의 경영비리에 그친 데다, 분식회계 혐의마저 논란의 여지가 크다. 특히 하 전 대표를 기소하는 데 3개월이나 걸리면서 불신과 오해마저 사고 있는 데다, 최종수사 결과에 대한 기대감 대신 수사 조기 종결을 촉구받고 있다.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KAI는 아르헨티나, 페루, 보츠와나 등과의 T-50 수출협상은 중단됐고, 추가 구매를 희망했던 태국으로부터 회의적인 입장을 통보받았다.

    또 수리온 헬기의 인도네시아 수출계획도 중단됐다. 이렇게 되면서 지난해 6950억원에 달했던 완성 항공기 올 수출실적은 상반기에 거둔 1300여억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동성 위기에 빠져 흑자도산마저 우려된 가운데,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올해 말 결정하는 17조원대의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가 불투명해졌다.

    그나마 다행은 오는 25일 김조원 새 대표 선임을 기점으로 국면전환을 맞고 있다. 비록 항공산업에 문외한인 관료출신·문재인 정부의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경영 투명성과 조직운영 쇄신 등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 역시 못하지 않다. 특히 방위산업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당면한 APT 사업을 위해선 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이번 주 KAI는 전자단기채, 기업어음 등으로 3500억원을 확보하면서 올 연말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했고, 주식거래도 재개되면서 청신호가 다시 켜졌다. 또 지난 17일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이 KAI의 경공격기 FA-50, 고등훈련기 T-50, 기본훈련기 KT-1, 전술통제기 KA-1을 배경으로 축사한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깡통 헬기’로 낙인찍혔던 수리온 상륙헬기 단독 시험비행을 관람하고, 앰뷸런스로 개조한 수리온에 직접 타본 후 개발진을 격려했다는 뉴스는 김 내정자의 향후 행보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아직까지도 검찰 수사의 진정성에 대한 시비는 여전하다. 하지만 선장의 과욕과 오판으로 선박이 항로를 이탈했다 하더라도 새 선장을 승선시켜 정상궤도로 운항토록 독려해야지 선박 자체를 침몰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심정으로 응원한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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