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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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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봉암갯벌, 시민 관심 덕분이죠”

이보경 마창진환경련 갯벌 관리자
1990년대 이후 갯벌 변화과정 회상
“갯벌 확대해 자연정화능력 키워야”

  • 기사입력 : 2017-10-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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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암갯벌은 마산만과 함께 한때 ‘죽음의 바다’로 불렸다. 마산만을 매립하면서 인근에 공장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사람이 자연을 과도하게 침범한 결과였다. 지금의 봉암갯벌은 침범에서 양보로, 나아가 보존에 앞장 선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을 담당하며 오늘의 봉암갯벌이 있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이보경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봉암갯벌생태학습장 관리책임자를 만나 그간의 변화 과정을 들어 봤다.

    “늘 침범하기만 했지, 사람이 자연에게 양보한 것은 그때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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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경 봉암갯벌생태학습장 관리책임자가 지난 16일 오후 붉은발말똥게 서식지 회복사업 지역인 마산 봉암갯벌에서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6일 오후 마산 봉암갯벌생태학습장에서 만난 이보경 활동가가 지난 2013년 철거된 100m 길이의 목조 데크가 있던 위치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이 데크는 철새 탐조대로 연결되는 길로, 갯벌 풍경이 잘 보여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일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데크를 따라 펼쳐져 있던 갈대밭에 붉은발말똥게 서식이 처음 확인되면서,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보호종 서식을 위해 이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활동가는 “데크를 철거한 것은 사람이 처음으로 자연생물에게 자기 자리를 내 준 것으로, 봉암갯벌의 생태회복이 가능케 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주는 뜻깊은 사례”라고 회상했다.

    이 같은 양보가 있기 전까지, 마산만은 악취를 풍기는 ‘죽음의 바다’였다. 특히 1996년에는 봉암갯벌 앞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폐수방류사건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오염에 시달렸다.

    “과거 봉암갯벌은 모래가 반짝거릴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 및 쓰레기 등으로 오염되면서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 됐습니다.”

    이후 1990년대 덕동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되고 도심의 하수관거가 정비되면서 공장폐수나 생활하수의 마산만 유입이 상당량 줄게 됐다. 또 2005년부터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수질 정화에 큰 효과를 거뒀다. 마산만으로 연결되는 창원천, 남천에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하천을 통한 하수 유입도 줄었다.

    이처럼 해수부와 창원시 등에서 투입한 행정력이 봉암갯벌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를 이끈 원동력은 시민들의 관심에 있었다고 이 활동가는 말한다. 봉암갯벌의 중요성과 생태적 가치를 교육하면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줍게 됐고, 이러한 관심이 행정이 나서는 데도 큰 힘이 됐다. 특히 시민모니터링에서 붉은발말똥게을 발견하면서 봉암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도 지정됐다.

    “하수체계 개선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질 개선은 정점에 달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갯벌을 늘려 자연정화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안가 도로 아래, 회사가 없어진 곳 등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장소부터 조금씩이라도 갯벌화해야 합니다.”

    봉암갯벌이 붉은발말똥게들의 낙원이 돼야 하는 이유를 그의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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