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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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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에 대화도 못해… 신공항 들어서면 김해는 끝장

김해 항공기소음 민원 현장을 가다

  • 기사입력 : 2017-10-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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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1시간에 15대. 경전철 운행 횟수가 아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기자가 확인한 김해시 부원동 부원역 상공을 가로지르는 항공기의 운항 횟수다.

    시간대별로 다르겠지만 4분에 1대꼴로 비행기가 운항하고 있다. 주민들은 신공항이 들어서면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된다며 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따라 인근 주민의 목소리를 들었다.(13일 1면)

    내외동 한 아파트 7층에 사는 A(48)씨 가족은 항공기가 지나가는 시간이면 큰 소리로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기가 지나간다 싶으면 입을 꾹 다문다. A씨의 집은 1989년에 지은 아파트다. 원래 일중창이었지만 항공기 소음 때문에 2년 전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A씨는 “이중창으로 바꾼 후에도 항공기 소음이 집 안으로 들어와 가족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신공항을 강행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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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경남신문DB/

    불암동 단독주택에 사는 B(50)씨는 공항과 인접해 있어 수년 전 이중창과 에어컨을 공항공사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소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낮에는 어느 정도 참고 살지만 밤만 되면 귀를 찌르는 소음 탓에 항공기 운항이 끝나는 밤 11시 이전에는 잠을 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수십년간 항공기 소음을 참고 살아가며 겪은 사실은 소음에 대한 근본 대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며 “혜택은 부산이, 소음은 김해가 떠안고 가는 신공항 건립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칠산서부동 강동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C(68)씨는 김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C씨는 영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한 김해 시내를 관통하는 비상식적인 신공항 건설은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C씨는 “국토교통부에서 소음 대책을 내놓는다고 했지만 그들이 한 게 뭐가 있냐”며 “주민지원사업을 믿고 시민들이 손을 놓고 있는다면 김해는 사람 사는 도시가 못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와 대화하는 사이 항공기 2대가 지나갔다. 소음 탓에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주촌면 농소마을 주민 D(56)씨는 최근 공군에서 항로를 무단으로 변경한 후 논란이 되자 다시 항로를 되돌린 것에 대해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의 피해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씨는 “공군에서 항로를 변경한 이후에는 주촌면 원지리·덕암리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소음 피해를 호소했고, 항로 복구 후에는 또다시 농소리와 망덕리의 소음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 마을이 피해를 덜보기 위해서는 저 마을이 피해를 봐야 하는 등 주민 갈등만 부추기는 것이 신공항 건설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김해는 그야말로 끝장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항공기 소음 관련 민원이 접수된 지역은 구산동, 삼정동, 불암동, 내외동, 장유동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공항과 가깝고 주거지가 밀집한 내외동에서 발생한 민원이 가장 많다. 김해시 도시계획과 신공항팀에 접수된 항공기 소음 관련 민원은 팀이 꾸려진 지난해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0건이 접수됐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3일 현재까지 164건의 민원이 접수돼 지난해에 비해 8배나 늘었다. 신공항팀 관계자는 “더운 날, 추운 날은 문을 닫고 냉난방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소음 민원이 적은 편”이라며 “창문을 개방하는 간절기나 여름철에는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공항을 건설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지난해 6월 김해신공항 확장 발표 이후 김해시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한 항공기 소음 관련 용역자료에 따르면 신공항이 개항되면 김해지역 소음피해지역은 현재(1.96㎢)보다 6.2배 넓은 12.22㎢에 이르고, 직·간접 피해를 입는 시민도 전체(53만명)의 16%인 8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당초 신공항 건립에 따른 소음 피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주민들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고, 주민대표들은 지난달 12일 국토부와의 2차 간담회에서 ‘김해신공항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대책위에는 소음 피해 예상지역으로 꼽히는 내외동, 주촌면, 칠산서부동 등 6개 지역 주민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번주 김해시청 앞에서 김해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뒤 천막을 설치해 대책본부를 꾸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대책위는 집회를 통해 시내 곳곳에 내걸었던 150장의 현수막을 불법이라는 이유로 김해시가 철거한 것에 항의하고, 시청 앞에 신공항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류경화 대책위 위원장은 “김해시민들이 반대하는 만큼 신공항 건설 계획은 백지화돼야 한다”며 “소음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많은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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