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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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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 혁신학교에서 경남 행복학교 길을 찾다 (2) 덴마크-선택과 자유

1년간 다양한 경험 통해 자유롭게 인생 설계

  • 기사입력 : 2017-10-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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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보 애프터스콜레 학생들이 당번제로 급식과 청소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마치면 열여섯 살. 인생의 진로를 확고하게 결정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덴마크는 9년(초·중) 과정을 졸업하고 나면 1년간 인생을 설계할 시간을 주는 애프터스콜레(Efterskole)란 독특한 제도가 있다. 애프터스콜레는 중3학년까지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들 가운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기회를 갖도록 도입된 기숙형 자유학교다.

    덴마크에는 현재 애프터스콜레가 253개가 있으며 ‘이곳에서의 1년은 인생에서 7년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애프터스콜레에 입학하면 음악과 미술, 체육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찾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기회를 갖는다.

    덴마크의 학교교육은 자유와 자율성이 보장돼 중3까지 의무교육인데도 학교 설립이 자유로워 사립 자유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3%에 달할 정도다. 또 중3을 마친 20%가량이 애프터스콜레에 진학하는 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덴마크 교육의 핵심이다.


    중학교 3학년 마친 학생 20%

    1년 과정 애프터스콜레 진학

    학생 스스로 청소·규칙 등 논의

    시험 없이 9~10명 패밀리그룹서

    인생·사회·진로 등 폭넓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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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보 애프터스콜레 학생들이 아프리카 여행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래를 모색하는 스코보 애프터스콜레(Skovbo Efterskole)= 코펜하겐 인근 링스테드시에 있는 이 학교는 1922년 기독교를 배경으로 설립됐다. 학생수는 180명이다. 기숙형 학교로 한 방에 2~5명이 생활한다. 하루 일과는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영어, 수학, 국어 등 일반 교과 수업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 더 매진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다. 모든 일상은 학생들에 의해 급식과 청소, 심지어 규칙까지 논의해 이뤄진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6시 45분부터 3㎞를 걷거나 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월요일 오전에는 체육, 연극, 미디어, 음악 등 4개의 트랙 가운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 수업활동을 한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는 외부 유명 인사 초청특강을 듣거나 뉴스 소재,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의 의미’, ‘이 학교를 마친 후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곳인 만큼 시험은 전혀 없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40분부터 5시 10분까지는 스포츠와 밴드 활동, 수학 심화반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적으로 골라 활동을 하도록 한다. 선택과목인 만큼 의무사항이 아니다. 60%가량의 학생들이 참가하는데 여행팀의 경우 오스트리아나 노르웨이로 1주일간 스키를 타러 가기도 하고, 스킨스쿠버를 비롯해 아프리카 여행, 인디아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정신을 체득한다.

    특히 이 학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교사 1명을 포함해 9~10명씩 패밀리그룹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패밀리그룹은 매일 점심도 함께 먹고, 대화하고, 함께 달리고, 학교 청소도 같이 하며 가족처럼 지낸다. 애프터스콜레의 핵심은 사람들 간 관계를 맺고 가꿔 나가는 데 목표를 두기 때문에 패밀리그룹에는 남과 여, 9학년과 10학년 등 다른 성(性)과 나이, 관심이 다른 분야의 아이들을 고루 섞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생과 사회, 진로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1년 과정인 이 학교를 2년째 다니는 학생들이 있을 만큼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2년째 다니고 있는 마쿠스 룬드벡은 “원래 살던 곳의 친구들과 맘이 맞지 않아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됐는데 1년 동안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과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지내다 보니 1년을 더 다니게 됐다”고 했다. 제퍼 토센은 “여기는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 친구처럼 대등한 입장에서 대하다 보니까 서로 믿고 존중하게 되고, 시너지가 일어나 강한 신뢰를 느낀다”고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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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러럽 학교 학생들이 목공 수업을 듣고 있다.

    열린 공간으로 만든 헬러럽 학교

    정해진 교실 없이 어디서나 수업

    고학년 저학년 어울려 배우기도

    ◆학교 모든 곳이 교실인 헬러럽 학교(Hellerup skolen)= 9학년까지 700명이 공부하는 이 학교는 15년 전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와 교사,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학자까지 참여해 공을 들였다. ‘새로운 교육에 걸맞은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습을 드러낸 학교는 열린 공간을 새 콘셉트로 잡은 만큼 정해진 교실도 따로 없이 어디서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학교 건물 천장에서 항상 밝은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했고, 수업하는 공간이 모두 개방돼 옆반에서 수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기존 학교의 틀을 무너뜨린 건물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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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헬러럽 학교 학생들이 개방된 교실의 원형 탁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 생각도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깊은 철학이 엿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열린 공간은 아니다. 2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몸을 맞대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텐트 같은 작은 공간도 수업에 활용한다.

    이 학교에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애나 교사는 “학교가 폐쇄되지 않고 모든 게 다 보여 학생들끼리 싸우면 언니, 오빠가 달려가 중재하기도 하고,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장면이 다 보이니까 타 교사의 교수방법을 참고하거나 좋은 교수방법을 토론하는 등 교사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는 점도 좋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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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헬러럽 학교 1층에 있는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독특한 것은 3개 학급이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기도 한다. 학년별로 3학급씩이 있는데 3학년이지만 잘하면 6학년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고학년이 저학년과 함께 수업할 수도 있다.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에는 목공이나 요리 등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밀접한 내용들이 포함돼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 했다. 부담을 주는 시험도 없는 만큼 친구와의 경쟁 없이 툭 터놓고 공부해보자는 배려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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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얀 듀프케 스코보 애프터스콜레 교장

    “덴마크 발전시킬 민주시민 양성 주력”

    얀 듀프케 교장은 “학교는 공장이 아니라 정원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말로 이 학교의 존재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그리고 선생님,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은 이 정원에 물주고, 거름주고, 식물을 키워내는(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아주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라서 덴마크를 발전시키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얀 듀프케 교장은 “애프터스콜레의 핵심 중 하나는 민주적인 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성에 대한 깨달음, 삶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또 누구나 학교를 세울 수 있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교육내용이 있어야 한다. 공립학교와 비교해 존재할 이유를 가져야 한다”고 애프터스콜레의 존재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로고에 담긴 의미는 책임감, 성장, 즐거움이다. 인간과 모든 학생은 존엄한 존재이고,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성장한다. 우리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 교장까지 이런 것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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