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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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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過)는 화(禍)를 부른다 - 방종근 (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7-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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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네 분수를 지키고 네 생활에 만족할 줄 알아라”고 하는 말을 강조하며 수분지족(守分知足)을 좌우명으로 삼는 이가 많았다. 러시아에 파흠이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지긋지긋한 머슴살이 신세만을 면하고자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은 않고 주위사람들의 고마움도 모른 채 언제나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수많은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연변에 살고 있는 중국 친구들을 만났다. 그 친구는 러시아 바스키르라는 곳에 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은 땅이 있는데 그곳 추장에게 잘만 보이면 많은 땅을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다음 날 그는 이른 아침에 추장에게 달려가 농사지을 땅만 마련해 주면 추장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맹세하며 애원했다. 추장은 여기 이 넓은 땅을 네 마음대로 가지라고 승낙하며 단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네가 지금 출발해 저녁때까지 다녀 올 수 있는 만큼의 땅을 가지라고 했다. 파흠은 신이 나서 한 뼘이라도 더 땅을 얻기 위해 계속 달렸다. 정오쯤에 다 달아 자기 땅이라는 표시를 하고, 죽을 힘을 다하여 왔던 곳으로 달려왔다. 해가 질 무렵 그는 간신히 추장 앞에 도착해 헐떡이며 신고를 하는 도중 입에 피를 흘리며 죽고 말았다.

    그는 그 많은 땅을 얻고는 생명을 잃었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른 채 과욕을 부린 것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정치인이건, 국가이건 과욕에 빠지면 비리와 무리를 가져오고 종국에는 파멸을 면치 못한다.

    과(過)는 화(禍)를 부른다. 과식은 비만의 원인이요 질병을 가져다 준다. 과로는 몸을 허약하게 하고 과음은 두통과 건강을 갉아 먹는다. 난로가 과열되면 화재가 나고 자동차가 과속하면 사고의 원인이 되며, 돈을 과용하면 빚을 지고 가난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자녀를 과잉보호하면 나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공자는 “인생만사 지나치면 반드시 실수한다”는 표현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나 싶다.

    사람은 욕망은 갖되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물질을 소유하되 물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을 가지면 권력의 노예가 되기 쉽고 돈을 가지면 돈의 노예가, 명예를 가지면 명예의 노예가, 지위를 가지면 지위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실존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소유의 역전 현상을 갈파했다. 내가 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노예로 만든다. 즉, 소유물이 소유자를 지배한다는 소유의 비극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 우선 사회가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자기능력과 노력에 따라 자기 몫만 가지면 좋으련만 온갖 불법·탈법을 이용해 남의 몫까지 챙기고 빼앗는 현상을 종종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일상의 상실감을 갖게 한다. 과욕은 반드시 파멸을 낳고 불행을 가져온다. 이것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실천적 철학과 지혜가 되었으면 한다.

    방종근 (창원시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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