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문제 학생은 없다 - 황긍섭 (경남도진산학생교육원 원장)

  • 기사입력 : 2017-10-10 07:00:00
  •   
  • 메인이미지


    나는 ‘진산’에 근무한다. 우리 아이들이 부르는 말로 ‘진산’인데 벌써 4년째다. 정식 명칭은 경상남도진산학생교육원이고, 정확하게는 경남교육청 소속의 Wee스쿨이다.

    내가 근무하는 진산은 고위기군 학생을 장기간 교육하고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Wee스쿨’로서 장기위탁교육기관이다. 진산은 아이들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남겨주느냐, 아니면 ‘학교 밖 청소년’이나 ‘소년원’으로 내몰리게 하느냐 하는 경계선상에 서 있는 마지막(3차)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근무하는 성격이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산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진산은 문제 학생들만 모여 있는 곳이다’라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진산은 문제 학생들이 모인 곳도 아니고 문제 아이들도 없다. 다만 인터넷 중독, 장기결석, 학습의욕 저하, 교사와의 갈등, ADHD, 자살충동, 학교폭력, 부모와의 갈등 등 문제행동을 지닌 학생들이 오는 곳이다.

    우리는 문제 학생이라고 하면 가치판단을 넣어 나쁜 아이라고 먼저 생각한다. 문제 행동을 했다고 문제 학생은 아니다. 만약 문제 행동이 문제 학생이라고 하면 인간은 누구나 문제 인간일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 완벽할 수 없을진대 누구나 빈도수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제 행동을 하면서 살게 된다.

    진산의 교육철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바뀐다’라는 믿음으로 기다림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주는 곳이다. 성적이나 상급학교 진학이 우선되는 학교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있는 쉼터가 진산이다.

    진산의 교육은 문제 행동을 문제 학생으로 보지 않고, 문제 행동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너무 피상적으로만 이해하지는 않았을까? 문제 행동이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나 가정 배경보다는 학교의 대응이나 사회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사회문제라고 이해할 수는 없었을까?

    황긍섭 (경남도진산학생교육원 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