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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양치기 소년 -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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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은 자기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날카로운 이빨도, 크고 단단한 뿔도 없다. 비록 떼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늑대 한 마리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솝우화의 그 양치기 소년은 비록 심심풀이로 했겠지만,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을 하여 양 떼만 잃고 말았다.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면 산 아래 마을에서 사람들이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한 결과다.

    ▼한 야당 대표는 이달 초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불응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 “노동경찰이 단 한 번도 체포영장을 (청구)한 일이 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그런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특별사법경찰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신청한 체포영장이 검찰의 청구로 법원에서 발부한 사례가 지난해에만 1459건이었다. 올 들어서도 900건에 가깝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UN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에서 공항에 한 명도 나오지 않고 레드카펫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푸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했는지 UN 총회 참석차 방문했는지 구별하지 않고 말하는 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긴 지난 대선 때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팩트 체크한 그의 발언 47개 중 31개가 ‘거짓’ 또는 ‘대체로 거짓’이었으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거짓말은 그런 말을 하는 이의 의도대로 즉각적이고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한 번 그런 재미를 들이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복적인 거짓말이 초래하는 결과는 가공할 만하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양 떼를 늑대에게 모두 잃었을 뿐 아니라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이를 경고할 시스템마저 붕괴시켰듯이, 정치인의 계속되는 거짓말은 그 자신을 몰락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 불신을 키워 지역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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