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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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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86)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②

“나도 잘 지내고 있지”

  • 기사입력 : 2017-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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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면 술도가에서 일을 하는 사무장 황일경이 서류를 위조하여 황도주가 설립한 사립학교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중고등학교를 갖고 있었다. 황도주가 노발대발하여 재판을 걸었으나 재판은 3년이 넘게 걸렸고, 변호사들까지 농간을 부려 학교를 빼앗기고 말았다. 황도주는 배신을 당하자 치를 떨었다. 그는 학교를 빼앗은 사람의 뒤에 권력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권력이 있어야 돼.’

    황도주는 권력을 갖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로 했다. 그러나 충주는 야당이 당선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여당 국회의원이 동원한 세무서가 세금포탈을 조사하고 경찰과 깡패들이 협박했다. 황도주는 그들의 방해를 무릅쓰고 출마를 감행하여 선거유세를 했다.

    “제가 온갖 정성을 들여 설립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를 빼앗아 간 것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황도주는 선거유세의 대부분을 황일경을 비난하는 데 사용했다.

    “첩을 셋씩이나 두고 있는 자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우습습니까? 난봉꾼이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까?”

    상대 후보가 황도주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진흙탕 선거였다. 애초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 출마였다. 황도주는 돈을 물 뿌리듯이 뿌렸으나 결국 낙선하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게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에 잘 걷지를 못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병드니까 소용이 없네.”

    사람들이 황도주의 몰락을 화젯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그는 숨겨 놓은 재산이 적지 않았다.

    황도주가 병이 들자 넷이나 되는 여자들이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은 사월의 어머니가 황도주를 돌보게 되었다.

    둘째 첩이 낳은 아들 황민우가 때때로 황도주를 보러 왔다. 그러나 황도주에게는 데면데면했고 돈을 타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빠.”

    사월은 서울에 살고 있는 황민우가 반가웠다. 황민우는 황도주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면 사월과 이야기를 했다.

    “그래. 잘 지냈니?”

    황민우가 환하게 웃었다. 황민우는 사월보다 세 살이 더 많았다.

    “그럼. 오빠는 어때?”

    “나도 잘 지내고 있지.”

    “오빠는 서울대학에 들어갈 자신 있어?”

    황민우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소위 서울에 유학을 간 것이다. 황도주는 황민우가 하나뿐인 아들이었기 때문에 숨겨 놓은 땅을 팔아서 유학 비용을 대주었다.

    “당연하지. 사월아, 우리 커피 마시러 갈까?”

    “어디로?”

    “다방.”

    황민우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으나 머리도 기르고 사복을 입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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