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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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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 도발로 한반도가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은 한가하게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을 놓고 연일 공방을 펼치고 있다.

    발단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지난 22일 페이스북 글이다. 정 의원은 이날 ‘최대 정치보복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다.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라디오 발언에 대해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면서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 적폐청산을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막말’ ‘망언’ ‘파렴치한’ ‘부관참시’ 등의 단어를 동원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김현 대변인은 “정 의원의 글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정치적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 이번에는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와 부인 권 여사는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정 의원을 명예훼손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의 소속 당인 한국당은 정 의원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추진을 밝히는 등 역공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하고, 진보정권 10년의 문제를 파헤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한 강연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나, 안 받았나 여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특검 추진 공언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함으로써 공소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성립이 안되는 특검을 거론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범죄를 덮기 위한 정치적 물타기로 규정하고 일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논평은 새겨들을 만하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정 의원의 발언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을 훼방 놓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박 시장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를 바로잡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편가르기식 정치”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양 진영이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프레임을 펼쳐놓고 입씨름을 하기 시작하면, 국정원 개혁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공방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의 고소로 이 문제가 검찰로 넘어간 만큼 정치권은 여기서 공방을 끝내야 한다. 정 의원 페이스북 글이 허위사실이면 정 의원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으면 되는 일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진절머리가 나서 하는 말이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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