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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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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짠돌이 전성시대-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7-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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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 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경쾌한 멜로디에 실린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온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노래 제목처럼 이달에도 월급은 내 통장을 스쳐갔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흥청망청 쓸 돈이 없다. 한 달을 살기 위해선 쪼개고 아껴야 한다. 그런데도 월급은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허망한 월급날, 카드 내역을 들여다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스튜핏(Stupid·어리석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 “파격할인? 안 사면 100% 할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을 진행하는 개그맨 김생민의 어록이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로 불리는 그는 시청자가 보내온 영수증을 보고 소비 습관을 분석해준다. 충동구매나 불필요한 소비에 대해선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린다. “스튜핏!” 반면 저축을 하거나 합리적 소비를 했을 땐 “그뤠잇(Great·훌륭하다)”이라고 칭찬한다.

    ▼요즘 ‘짠돌이’가 각광받는 분위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짠돌이 재테크, 즉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빤한 월급으로 ‘티끌 모아 부자’를 꿈꾸는 짠돌이들. 이들을 겨냥한 금융상품도 다양하다. 매일 카페라떼 한 잔 값(5000원)을 연금으로 저축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자투리 금액을 수시로 모아 매달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상품도 있다. 또 매일 문자 메시지로 얼마를 저축할 것인지 묻고, 답한 금액만큼 이체되는 적금도 있다.

    ▼‘커피 대신 면수(국수 삶은 물)를 마셔라.’ ‘친구들과 있기보다 가급적 혼자 지내라.’ 2030짠돌이들이 열광하는 김생민표 극약처방은 어쩐지 웃프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사소한 지출을 아끼라는 말이겠지만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다간 질식할 것만 같다. 만나고 나눠야 정(情)도 쌓이는 법. 곧 추석이다. 이날 만큼은 오랜만에 보는 친지들, 친구들 앞에서 허리띠를 조금 풀어보는 건 어떨까. 다음 월급날 또 ‘스튜핏’을 중얼거릴지도 모르지만.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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