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7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182) 제20화 상류사회 32

“그림 안 좋아하세요?”

  • 기사입력 : 2017-09-25 07:00:00
  •   
  • 메인이미지


    이준석이 비행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잠에 떨어진 것이다.

    ‘준석이는 떠났구나.’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이준석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그가 떠났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그는 아직도 비행기에 있을 것이다.

    ‘준석이도 새 출발을 해야지.’

    서경숙은 밖을 내다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젊은 남자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커피를 마시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 광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가고 있었다. 아파트 광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에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 나도 이제 뭔가 달라져야 돼.’

    서경숙은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할 것이다. 무엇인가 주체적으로 살아야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오지 못한 것 같았다. 세수를 하고 30분 정도 산책을 했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거실에 헬스기구를 주문하여 설치하고 운동법도 익혔다. 점심을 먹고 추리닝도 두어 벌 구입했다.

    갤러리에 나가자 윤사월이 와 있었다. 그녀가 현금이 많고 사채업자라는 사실에 공연히 긴장이 되었다. 심은지가 윤사월에게 갤러리를 안내했다고 했다.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미리 나왔을 텐데요.”

    서경숙은 윤사월에게 대추차를 대접했다.

    “그림을 살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림 안 좋아하세요?”

    “난 무식해서 그림 잘 몰라.”

    윤사월은 승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절에서 일을 하는 것 같은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사채업자라면 악독해 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윤사월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윤사월도 여러 사람들이 수행원으로 따라다녔다.

    “전에 나를 본 적이 있지.”

    “전에요?”

    “기억을 못하나 보군. 젊은 사람이 이렇게 기억력이 없어서야.”

    윤사월이 혀를 찼다. 그러나 서경숙은 윤사월을 만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윤사월도 그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았다.

    “진영숙이 만났지?”

    “예?”

    “무슨 얘기를 하던가?”

    “별 이야기 없었어요.”

    “고약한 년이야. 내 땅을 거져 가져가려고 그래.”

    “예?”

    “내가 판교에 땅이 좀 있어. 거기가 개발된다니까 팔라는 거야.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면 수백억을 벌 수 있어.”

    서경숙은 윤사월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