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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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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부사장 갑작스런 죽음에 사천 경제계 당혹

직원들 “책임감 강한 올곧은 분”
하성용 전 사장과 고교 동창
검찰 “주요 수사대상 아니었다”

  • 기사입력 : 2017-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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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해외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김인식(65) 부사장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지역경제계가 충격에 빠졌다.

    하성용 전 사장의 긴급체포에 이어 자살로 추정되는 김 부사장의 사망 소식에 KAI 직원들은 침통함에 빠졌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검찰 수사가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천지역 경제계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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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21일 오후 사천시 사남면 KAI사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김인식 부사장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김 부사장 자살 추정= 21일 오전 8시 42분께 사천시 사남면 사택으로 쓰는 아파트 발코니에 김 부사장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했다.

    거실 테이블에서 A4 용지 3장에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한 장은 하 전 사장과 직원에게, 두 장은 자녀, 동생에게 각각 1장씩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며 “회사 직원분들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해선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숨진 전날 이라크 출장을 다녀와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김 부사장 어떤 인물인가= 1952년 경북 출생으로 하 전 사장과 경북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제8전투비행단 통제기조종사, 합참의장 보좌관, 국방부 KFP사업단 주미사업실장, 항공사업단장 등을 지냈고 준장으로 전역했다.

    2006년 KAI에 입사한 후 고등훈련기 사업처장, 항공사업단장, 수출사업본부장을 거쳤으며, 현재 회사가 중점을 두고 있는 18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KAI의 한 직원은 “김 부사장은 올곧은 천상 군인 스타일이다. 결코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고 자신이 책임을 지는 상사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검찰이 분식회계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라크 공군기지 재건사업을 시발점으로 보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졌다. 김 부사장은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잘 풀고 했으면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책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숨지기 직전 FA-50 경공격기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해외출장을 다녀왔지만,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막바지 검찰 수사 변수되나= 검찰은 김 부사장이 주요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발 빠르게 밝혔지만, 김 부사장의 극단적인 선택에 일단은 주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하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주요 수사계획 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건 당일 오전 “이번 수사와 관련해 김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소환통보 및 서면자료 요청이나 수사와 관련한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등 김 부사장을 주요 수사 대상자로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천지역 경제계 영향은= 검찰의 KAI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경영 위기의 터닝포인트를 기대했던 KAI 직원들과 협력업체 등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KAI는 검찰 수사로 비리기업 꼬리표가 붙으면서 해외 수주가 스톱상태에 빠졌고, 자금 융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월 위기설’마저 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수리온 헬기 납품 비리가 불거지면서 제작 중단,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런 국면에 자살로 추정되는 김 부사장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인사는 ‘김 부사장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비리가 있는 것을 방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들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지난 8월 말부터 자금결제를 현금 대신 어음으로 받고 있는데, 이번 일로 협의 중이던 상환문제가 중단됐다. 수사가 장기화되면 자금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KAI 한 직원은 “김 부사장의 강한 책임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이 많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이런 중에도 직원들은 결코 업무에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도 직원들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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