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자연과 생명, 따뜻한 시선

본지 신춘문예 출신 김종영 시조시인 첫 시조집 ‘탁란시대’ 펴내

  • 기사입력 : 2017-09-22 07:00:00
  •   
  • 메인이미지


    “시조가 구태의연하다고요? 형식만 지키면 자유시만큼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습니다.”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으로 뽑힌 김종영 시조시인이 등단 6년 만에 첫 시조집 ‘탁란(托卵)시대’를 펴냈다. 이번 시조집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인 ‘커피포트’를 비롯해 표제작 ‘탁란시대’와 ‘초록이 운다’, ‘눈물은 비와 달라서’ 등 5개 갈래에 총 72편의 시조가 수록돼 있다. 33년 경력의 교사인 김 시인은 젊은 층의 공감을 얻으려면 시조가 짧고 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년간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조백일장을 개최하는 등 시조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김 시인은 “민족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정형의 율격 안에서 자유로이 자연과 생명, 삶과 죽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시조를 쓰게 됐다”며 “특히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메시지, 청년들의 구직과 불투명한 미래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를 담았다”고 말했다.

    햇살도 마지못해 찡긋하고 돌아서는/반지하 원룸에는 희망들이 오글댄다/창살엔/물음표 닮은/옷걸이가 줄을 섰다// 사유도 행동처럼 절제된 공간에서/사라진 기회들이 이력서에 더해진다/또 한 줄/눌러 쓴 스펙/핏물 자국 흥건하다// 이 방을 겨우 밝혀온 전등이 내려질 때 탁상의 달력 위에 박혀있는 일정들은/어둠 속/별빛이 되어/환한 길로 이어질까 -‘원룸에서’ 전문-

    메인이미지
    김종영 시인

    시인이 시조의 기본 율격은 엄격히 지키면서도 주제의 다양성을 추구하려고 애쓴 흔적이 책장 곳곳에서 보인다. MBC 낙하산 인사의 부당성을 그린 ‘탁란시대’와 청년 취업의 어려움을 다룬 ‘원룸에서’,‘구직자’ 등 기성 시조에서 보기 드문 소재가 가득하다. 이 밖에도 젊은이를 응원하는 ‘청춘아, 나와 보거라’와 ‘질경이’ 등 시대상을 반영한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심성을 끌어내는 시편이 눈에 뜨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김 시인의 미덕은 정형식적 안정성에 다양한 현대적 감각이나 사유를 결합해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다가선다는 데 있다. 생명과 그리움의 결속을 통한 근원 지향의 시 정신을 보여준 그의 시조 세계가, 하나하나 스스로를 갱신해가는 열정 속에서 빼어난 미학적 성취로 이어져 나가고 있고 자신만의 인고와 초극의 형상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정민주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