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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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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79) 제20화 상류사회 29

“안녕하세요? 나는 윤사월이에요”

  • 기사입력 : 2017-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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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에 나온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거물 여성들이 모였기 때문인지 남강컨트리클럽은 회장이 직접 나와 인사를 하고 커피숍에서 차를 대접했다. 서경숙은 커피를 마시고 나와 라커로 향했다.

    “명성이 쟁쟁한 사모님들이네요.”

    이민석이 여자들의 면면을 보고 감탄하여 말했다. 날씨는 좋았다. 하늘은 윤기 없이 파랗고 바람이 청량한 기운을 띠었다. 곳곳에서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것이 보였다.

    “매력도 있어요?”

    서경숙이 웃으면서 물었다.

    “상류사회 사람들이니 가진 만큼 있겠죠.”

    이민석이 여자들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때 박인숙과 한 여자가 서경숙에게 가까이 왔다.

    “서 여사, 여기는….”

    박인숙이 여자를 소개하려고 했다. 얼추 60대 중반으로 보였으나 허리가 꼿꼿하고 얼굴이 동안이었다. 염색을 했는지 몰라도 흰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나는 윤사월이에요.”

    박인숙이 소개를 하기도 전에 윤사월이 서경숙을 향해 하얀 손을 내밀었다.

    “서경숙입니다.”

    서경숙은 윤사월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상당히 세련되어 보이고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옷은 흰 저고리와 회색의 승복 바지였다. 명동 사채업자로 유명한 여자였다.

    윤사월은 골프에 참석한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참석자는 박인숙을 비롯하여 모두 여덟 명이었다.

    남자는 셋인데 이민석 외에 여당의 대표가 되려고 하는 국회의원 전우석, 은행장 최석주였다. 여자는 박인숙, 서경숙, 윤사월, 이옥년, 진영숙이었다. 이옥년은 백화점 사장이고 진영숙은 조원그룹 장녀로 사실상 상속자였다. 그녀는 중양그룹 후계자와 혼인을 했으나 이혼했다. 위자료를 천억원을 넘게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위자료에 상속재산에 대한민국 최고 부자 여자가 되겠구나.’

    사람들이 모두 진영숙에게 감탄했다. 그런데 진영숙은 남자 가수와 스캔들까지 뿌렸다.

    “오늘 상류사회 명사들을 다 보네요.”

    이민석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말했다.

    “이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모르겠어요.”

    서경숙은 이민석과 한 팀이 되어 골프를 쳤다. 윤사월은 전우석, 최석주와 한 팀이 되었다. 두 사내가 윤사월을 깎듯이 모셨다.

    “오늘 윤사월 여사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점심식사 때 전우석이 축배를 했다. 서경숙은 비로소 모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윤사월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식당은 골프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사슴농장이었다. 사슴을 사육하여 사슴피와 고기를 팔았다.

    ‘윤사월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나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서경숙은 박인숙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사슴고기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서경숙은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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