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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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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사회적기업으로 꽃피우자 (2) 경남의 사회적기업 10년

도내 84개 기업 1600여명 근로 … 취약계층 안정적 일자리 제공

  • 기사입력 : 2017-09-19 22:00:00
  •   

  • 경남 현황

    도내 경제활동 인구·취업자수의 0.1%
    취업자 중 취약계층 비율 66.8% 차지
    사회서비스 제공 기업 90.7%로 높아
    공공기관의 제품 구매비율도 증가세


    문제점

    10만명당 기업수 2.4개로 전국 최하위
    지자체 지원·경제주체 간 연대 부족
    관련 인프라 부족해 전문가 육성 차질
    중간지원기관 교체 잦아 연속성 떨어져



    7년차 사회적기업으로 결혼이주민 여성에게 숙련기술을 가르치며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통 공예인 누비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통영의 ‘민들레누비’. 지난 15일 제20회 대한민국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통영 고지도를 다시 그려 누비제품으로 만든 ‘통영이야기’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뛰어난 제품 품질과 사회적 가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지만 7년간의 기업운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에 강분애 대표는 눈물을 쏟았다. 도내에서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사회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2007년 한 곳으로 시작해 2017년 9월 현재 84개가 된 경남의 사회적기업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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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통영에 있는 사회적기업 민들레누비 강분애 대표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남 사회적기업 현황

    전국 사회적기업 1814개 가운데 경남에는 현재 84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20개가 인증받으며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으나 이후로는 전국적 흐름과 같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에 따르면 경남(8월 기준)은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제조업이 가장 많고, 청소·환경·재활용, 교육·문화예술, 식당·급식·유통업이 뒤를 잇고 있다.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에서 선정된 2017년 ‘경남권역 사회적기업·협동조합 통합지원기관’으로 사회적기업 관련 인증 교육 및 컨설팅 지원, 협동조합 설립·운영 지원, 교육, 홍보 등을 맡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경남지역 사회적기업 총 근로자 수는 1638명(인증사회적기업 1414명, 예비사회적기업 224명)으로 경남 경제활동인구 및 취업자 수의 약 0.1%를 차지하고 있다.

    1638명 가운데 취약계층은 인증사회적기업 958명, 예비사회적기업 137명으로 전체 비율이 66.8%를 기록하면서,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2015년 사회적기업 성과분석에 따르면 경남은 전체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비율이 90.7%로 전국평균 73.4%보다 높았다. 사회서비스 가운데 89.3%가 취약계층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는 한 해 사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2015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가 전체의 1.55%에 그치면서 대부분 도내 시군이 평균 미달을 보였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은 전체 제품 구매액 약 716억원 가운데 사회적기업 제품이 1.75%(12억 이상)를 차지하며 17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6위를 했다. 올해 목표는 전체 구매액 753억 가운데 3%인 약 22억원 구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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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오후 (주)늘푸른자원의 직원이 폐기된 전자레인지의 구리, 비철금속, 플라스틱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 사회적기업 현주소

    경남의 사회적기업은 인구·경제규모 5위인 경남의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열린 경남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포럼에서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 신영규 이사장에 따르면 경남 인구가 약 330만명으로 전국의 6.5%, GRDP(지역총생산액)는 103조원으로 전국 6.6%인 것에 비해 인증사회적기업 수는 전국 4.5%에 불과하며, 인구 10만명당 사회적기업의 수가 2.4개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개수가 사회적기업을 대변할 수 없겠지만 경제와 인구규모에 비해 경남의 사회적경제가 뒤처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경남은 타 시도에 비해 초기 성장 속도가 느렸던 데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활동성이 약해지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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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늘푸른자원의 직원들이 폐기된 전자레인지 등에서 분리한 부품들.

    ◆경남 사회적기업의 문제점

    경남 사회적기업 10년간 누적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도내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정책적 관심 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정책적 관심 부족

    (사)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용기 센터장은 “경남도 스스로 사회적기업 관련 정책을 만들어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어떤 분야의 정책이든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경남도는 정부가 나서 사회적경제를 퍼뜨리고 정착시키는 단계에서 최소한의 예산만 지원함으로써 생태계 조성을 어렵게 했다”며 “경기도와 경북, 전북 등 타 광역지자체 단위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경남에는 없어 도내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모일 공간,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인 ‘스토어 365’도 없어 판로 하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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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주체 간 소통·연대 미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주체간 소통과 연대가 부족했던 점도 경남의 사회적경제 저변을 확대하는 데 장애요인이 됐다. 경남에는 사회적기업들의 모임인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가 있지만 회원 성원이 모자라 총회를 연기한 상태로 회장은 공석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사회적경제 당사자들끼리 서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으며, 사회적가치를 공유하는 이들간의 신뢰 위에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가 더 빛나고 가치를 얻을 수 있기에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회적기업 간의 경쟁 등을 떠나 공동의 사회공헌 역할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강분애 전 회장은 “사회적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협의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특별한 지원 없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때문에 대부분 사회적기업이 대표까지 일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참여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주체들을 연결할 사회적경제활성화경남네트워크 또한 지원의 한계로 중간지원조직과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형식을 띠고 있어 앞으로 매개자로서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교육 인프라 부족

    경남에는 사회적기업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인프라가 부족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꾸리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고등교육·연구기관이 부족해 필요한 연구를 적기에 수행할 전문인력, 현장에서 일할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을 육성하기도 어렵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단을 꾸리고, 일부 대학교가 사회적경제를 한 과목으로 가르치는데 그치고 있다. 사회적경제 교육도 대부분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에게 사회적경제를 홍보하고 알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윤미 실장은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만 하더라도 업종별로 단계별로 달라야 하며, 사회적기업 모델 개발이나 로드맵 설계 또한 지역에서의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아이들과 청년들에까지 사회적경제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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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지원기관(통합지원기관) 잦은 교체

    사회적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돕는 중간지원기관이 10년간 5번 교체되며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 부분도 생태계 조성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중간지원기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1년 단위 위탁으로 계약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 정책의 연속성, 사회적기업과 지원기관 간의 신뢰형성, 도내 사회적경제의 자료축적이 어려웠다.

    한 사회적경제활동가는 “사회적경제활동가들이 행정서비스 전달 이외의 다양한 역할도 하고 싶지만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며, 지원기관을 영위해야 하다 보니 행정당국이 요구하는 신규 인증사회적기업개수 등을 맞추기에 몰두하고, 행정기관과 부딪히면 불이익을 받는 등의 부작용도 컸다”며 “도 자체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을 설립해 연속성을 가지고 사회적경제를 지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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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주)늘푸른자원 김진수 대표가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터뷰/ (주)늘푸른자원 김진수 대표

    “단순 지원대상으로만 보지말고 사회문제 해결 파트너로 보길”


    “우리 지역사회의 친환경적 폐기물 배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도 연계해 지속가능한 자연·사회에 도움되는 것이 목표지요.”

    경남의 1호 사회적기업 늘푸른자원은 폐소형가전을 적정처리하는 폐기물 처리회사다. 취약계층의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폐기물을 적절히 재활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창원지역자활센터 재활용 사업단에서 일했던 김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수행하며 지역사회로부터 지지를 받는 자활공동체로 독립하려던 찰나 사회적기업이 등장했다. 그는 “독립할 아이템부터 사회적가치를 담아야 하는 것으로 고민했다”며 “당시만 해도 지역사회에 폐소형가전이 적정처리되는 곳이 없어서 이윤이 박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10년이 지나 성장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매출 규모가 줄어든 상태. 설립 당시 인력지원을 받아 많은 인원이 근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최소한의 인력으로 꾸려나간다. 연간 매출이 3억~3억 5000만원으로 초창기보다 1억 가까이 줄었다. 폐소형가전을 쓸모있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 적자를 크게 기록하지 않지만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에 대해 제3의 경제,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경제에 대한 인식이 없던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의 성장으로 사회적경제에 종사자가 생겼고, 정부가 이에 대해 지원하는 제도가 안착됐다는 것 자체는 큰 성과지만 지자체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미하고 사회적기업 주체들의 성장 노력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적극적인 지자체의 경우 사회적 문제 해결에 공익적 가치를 늘리기 위해 사회적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경남은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경우 생길 문제부터 살피는 것 같이 느껴졌다”며 “지자체와 기업 모두 사회적 가치의 확장이나 사회적 역할 수행에 대한 고민이 적고, 영리시장의 영역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사회적가치를 늘려나가는 데 제한이 있으며 일부는 사회적 가치 없이 진입해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왜곡되고 변질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자체나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가 단순히 사회적기업을 지원대상으로 보지 말고, 지역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파트너로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그런 파트너십이 이어져 쓰레기 배출 문제를 주민 지자체와 함께 고민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평가하며, 일자리도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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