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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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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76) 제20화 상류사회 26

“여기 참 좋다”

  • 기사입력 : 2017-09-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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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이민석을 소개했다.

    “미숙이는 식당에 있어.”

    이준구의 사무실에는 장교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원래 민간인은 올 수 없는 곳이지만 넌 청와대에 근무를 하니까.”

    이준구가 부대 현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포천은 전방이었고 여러 군 시설이 있었다. 이준구와 이민석은 금세 친해지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에 본부에서 나와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직탕폭포 옆에 있었다. 직탕폭포는 폭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으나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이름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함경도 부령으로 유배를 간 김려라는 시인이 남긴 시가 유명했다. 장마철이라 넓은 내린천에 물이 풍부했다. 식당에는 이미숙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민간인이라 사단본부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너는 들어갔구나.”

    이미숙이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그렇게 됐어.”

    서경숙은 이민석을 이미숙에게 소개했다. 이준구의 사무실에서 중령과 소령이 각각 한 명씩 따라왔는데 채 소령과 유 중령이었다.

    식사는 즐거웠다. 남자들 넷이 모두 군인이었기 때문에 군인 특유의 활기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쉬었다가 가라.”

    이준구가 술잔을 들고 서경숙에게 말했다.

    “서울 가까운데 뭐. 왜?”

    서경숙이 이준구를 쳐다보았다.

    “포천에 비둘기낭 폭포가 아주 유명해. 새벽에 보면 더욱 좋을 거야.”

    “폭포 구경하라고?”

    “응. 시간 괜찮으면….”

    서경숙은 이민석을 살폈다. 비둘기낭 폭포는 비둘기가 사는 낭떠러지 폭포라는 말이라고 했다. 한 번 알려진 뒤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은 명소라고 했다.

    “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휴가중입니다.”

    이민석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비둘기낭 폭포를 봐야겠어요. 방부터 잡아야겠네.”

    서경숙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방은 우리가 잡을게. 폭포가 있는 계곡에 펜션이 있어.”

    “그래. 그럼 부탁할게.”

    서경숙은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는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펜션으로 갔다. 펜션에서는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숲이 울창하고 달이 밝았다. 채 소령과 유 중령은 돌아갔다.

    서경숙은 베란다의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숲속이라 그런지 약간 쌀쌀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여기 참 좋다.”

    이미숙이 커피를 가지고 나와 옆에 앉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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