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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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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적폐, 이기주의를 청산하자-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7-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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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뒤뜰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란 단어가 있다. 과거 화장장이나 교도소 같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혐오시설이라 해서 자신의 주택지 근처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지역 이기주의’를 일컫는 단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 혐오시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안전시설이나 학교설립에도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서울의 금천구에 소방서를 못 짓게 한 것은 지역 이기주의의 극치다. 금천구는 1995년 구로구에서 분리되어 나왔으나 아직도 소방서가 없어 금천구에서 화재나 재난이 발생하면 구로소방서가 출동해야 한다. 금천구 시흥동의 고층아파트에 불이 난 가상훈련에서 구로소방차가 이 아파트에 도착한 시간은 20분, 이는 화재 초동 진압 골든타임이라는 5분을 훨씬 넘긴 시간이다.

    그래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금천구는 지난 1월 독산2동에 금천소방서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이렌 소음과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독산2동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소방서 설립 계획이 무기 연기된 상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 계획에 대한 주민 반대도 금천구 소방서 건립 반대 못지않다. 심지어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무릎 꿇고 읍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남의 대안고등학교 설립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강남지역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잠원2빗물펌프장 건립, 마포구 등기소 설치, 강남구 파출소 설치, 대학의 ‘반값 월세’ 기숙사 건립 및 군 관사 아파트 건립에 이르기까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들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땅값이나 집값 하락이라는 개인의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 전반의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극심한 이기주의의 발로다. 이런 반대는 지금까지 추진된 일에 대한 예산낭비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시설이 들어서지 못한 데서 오는 사회적 문제도 야기시킨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자신의 코앞 이익만 생각하고 남에 대한 배려나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은 바닥을 치게 되었을까?

    이런 이기주의의 팽배는 정치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느 한 사회가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각자도생의 삶이 진리로 이해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극복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함께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적폐를 극복해 모두가 존중받고 더불어 사는 미래사회를 건설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장·단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행정에 일차적 문제가 있다. 관료주의에 젖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주민들에게 통보하고, 일이 생기면 방어하거나 수습하겠다는 식의 행정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를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정책결정 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일이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을 참여시킨 결과 주민들이 시설 도입에 감사하는 사례도 있다. 장기적으로 교육이 이기주의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 교육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런 공공성과 공동체에 대한 시민의식 문제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교육은 미래세대에게 지식을 전승할 뿐만 아니라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에 맞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성(solidarity) 그리고 개인과 사회(공동체)와의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및 공공성의 중요성에 대해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체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법과 교육과정에 이런 정신이 뚜렷이 표현되고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이기주의는 결국 연대성에 기초한 공동체 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의한 시민성 제고로 극복할 수 있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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