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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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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 공영해

  • 기사입력 : 2017-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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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린 생 핏빛 유혹 지체 놓은 귀비貴妃라 해도

    할머닌 피는 족족 꽃잎을 따버렸다

    떼어야 정을 떼어야 잡초로나 산다시며



    밤마다 뼈를 갉는 송곳 아픔 생각하면

    거두어 베갯머리 약으로나마 묻어두고

    넉 잠 든 누에들처럼 깊은 잠을 청할 텐데



    고단한 삶의 고비 잠시 헛디딘 생각

    고개 든 자존으로 꽃 대궁도 불 지르며

    마성의 붉은 입맞춤 할머니는 등 돌렸다

    ☞ 이 작품의 소재가 된 양귀비는 5~6월 사이에 전국 각지에서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로 자라는 식물이다. ‘날것 또는 햇볕에 말려 사용하는데 많이 쓰면 몸에 해로운 약재’라고도 하니, 약도 되고 독도 되는 것이리라.

    병원이나 약국 드나듦이 원활하지 않은 시절에 민간요법으로 사용할 만큼 주변에서 흔한 꽃이지만 지금은 재배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꽃이다.

    흰색·붉은색·홍자색·자주색 등 여러 빛깔로 줄기 끝에 하나씩 위를 향한 꽃은 매우 아름답지만 하루 동안만 핀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가?

    시인은 이 양귀비꽃과 고단했을 할머니의 삶과 병치시켜 시조로 풀어내고 있다. 양귀비꽃은 마성의 붉은 입맞춤을 할머니에게 보냈지만, 끝끝내 그 약재(?)의 힘을 빌리지 않는 자존심으로 꽃 대궁마저 불살라 버린 할머니가 계셨노라고 한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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