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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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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음악성·리듬·의미 살려 번역해야”

김달진문학제 방문한 미국 작가 크리스토퍼 메릴
“단순한 번역물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야”
일본 시인 와고 료이치 ‘후쿠시마 원전’ 주제 시낭송

  • 기사입력 : 2017-09-1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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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회 김달진문학제를 맞아 해외 작가들이 방문했다.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일에 앞장서는 미국 작가 ‘크리스토퍼 메릴’과 탈원전을 촉구하는 시로 주목받는 일본 시인 ‘와고 료이치’를 만나 작품세계와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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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김달진문학제를 찾은 미국 작가 크리스토퍼 메릴.



    미국의 시인 겸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WP) 원장인 크리스토퍼 메릴은 한국문학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황지우 시인과 나희덕 시인의 작품 등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한국문학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메릴 교수는 “한국문학은 소재가 다양하고 생동감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신적인 것과 자연을 연결한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문학이 높은 작품성에 비해 번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다소 늦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기를 떠나 음악성과 리듬, 의미를 제대로 살려 번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성균관대 김원중 교수와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데, 우리는 단순히 ‘번역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의미를 살린 시를 제대로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메릴은 IWP에서 세계 각국의 유명 작가를 초청해 창작, 연구, 토론, 교류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인 토마즈 샐러먼(Tomaz Salaman)도 200만명밖에 쓰지 않아 소수어에 속하는 슬로베니아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그러나 지금 영어로 번역된 시는 많이 읽히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나. 한국도 그러한 문학작품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학을 번역하는 인재를 양성하기도 하지만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와고 료이치는 이번 문학제 시낭송 프로그램에서 악을 쓰듯 전력을 다해 온몸으로 시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정적이고 차분하게 낭송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가 쓴 시의 주제가 ‘후쿠시마 원전’을 다루고 있어서다.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일대에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다. 정부와 언론의 통제로 제대로 된 실상을 알리지 못하자 시인이 나섰다. 와고 료이치는 트위터를 통해 방사능이 터질 당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시로 옮겨냈다고 했다. 그는 “고향은 잃어도 말은 잃지 않으니까 말과 글로 내 고향, 후쿠시마를 지키려고 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기사를 쓰듯 한 달 동안 방사능과 여진, 쓰나미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로 상황을 발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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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김달진문학제를 찾은 일본 시인 와고 료이치.



    와고 료이치 시인은 “일본 정부는 미흡했고 잘못한 일을 사과하지 않는다”면서 “세월호를 겪은 한국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면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도 인구의 5%만 돌아온 곳이 있고 휴교한 학교도 많다”고 담담히 피해상황을 설명한 뒤 그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희망은 있다며 웃어보였다. 원전 사고 이후 피해를 겪은 이의 입장에서 전 세계에 원전의 위험을 알리겠다는 목표로 7년간 13권의 책을 펴냈다. 그는 “사건 전과 후 문학이 달라진 것보다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심포지엄을 여는 등 읽은 이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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