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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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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 교주교슬(膠柱鼓瑟) - 현악기의 줄 조절하는 기둥을 아교로 고정시켜 놓고 비파를 연주한다.

상황을 모르고 융통성이 없다.

  • 기사입력 : 2017-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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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수소폭탄 제조기술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은근히 지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제제결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북한이 조금도 겁을 안 내니 핵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사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외교적 실수가 근본 원인이다.

    가장 큰 원인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이다. 우리가 핵무기가 있어 북한의 핵개발을 자극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런 선언을 섣불리 한 것이었다. 북한도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 때 마침내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데는 일리가 있다”라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인공위성용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아무 생각 없이 정책을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계책에 놀아난 것밖에 안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했지만, 북한은 모욕적인 언사로 무시하고 있다. 힘이 있을 때 상대가 대화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지, 아무런 힘도 없는 한국정부와 북한이 대화할 필요를 느끼겠는가?

    전국시대(戰國時代) 조괄(趙括)은 유명한 장군의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병서를 많이 읽었고, 병법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은 전혀 없었다. 조사는 죽으면서 아내에게 “나라에서 아들을 장군으로 삼으려 하거든 막으시오”라고 유언까지 했다.

    상대 진(秦)나라에서 조나라에 첩자를 보내어 “조나라의 염파 (廉頗)는 명장이지만 늙었기에 겁이 안 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을까 겁난다”라고 했다. 조나라 임금은 조괄을 장수로 삼았다. 중신인 인상여(藺相如)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데, 어찌 장군이 된단 말입니까? 그가 하는 작전은 책에서 나온 것으로 ‘비파 줄을 고르는 기둥을 아교로 고정시켜 놓고 연주하는 격’이라 곡조가 될 턱이 없습니다”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임금은 듣지 않았다. 조괄은 염파가 하던 작전을 다 뜯어 고쳤다. 결과는 대패해 나라가 망할 뻔했다. 시대나 상황을 모르고, 융통성 없게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을 풍자한 이야기다. 지금 문 대통령이나 정치안보 참모들의 사고방식이 조괄과 다를 바 없다.

    * 膠 : 아교 교. * 柱 : 기둥 주.

    * 鼓 : 북 고. * 瑟 : 비파 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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