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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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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 지리산서 진부령까지… 난 이렇게 가을을 탄다

산줄기 산행 전문작가의 백두대간 종주 이야기

  • 기사입력 : 2017-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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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은 대륙의 산줄기들을 하나로 모은 다음 이를 다시 우리나라 전역으로 골고루 퍼트렸다. 대륙의 모든 기운과 생명의 원천은 이 산줄기를 타고 물줄기를 만들고는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조선산맥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이름 지었다. 우리나라를 동서로 가르며 모든 산과 산줄기 그리고 물과 물줄기의 근간이 되는 아버지 산줄기 백두대간. 우리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산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녹아 있는 백두대간. 일본의 지질학자가 도용(盜用)한 ‘산맥’ 개념과의 충돌로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백두대간.

    그렇게 일제에 의해 고초를 겪고 난 후 다시 6·25전쟁으로 인해 허리가 잘린 채 신음하고 있는 백두대간. 그래서 오늘도 반쪽만 그 답사를 허락해 결국 미완으로 마무리해야만 하는 백두대간.

    우리나라에서 산줄기 산행 전문작가로 통하는 현오 권태화는 오랜 시간 동안 백두대간과 9정맥을 완주하고, 기맥, 지맥 등을 진행하면서 얻은 풍부한 산행력과 인문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와 지리 등 백두대간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과 산줄기 산행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풀어내고 있다.

    한마디로 산을 사랑하고 백두대간을 찾는 이들의 지침서 역할을 해주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책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직접 백두대간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산의 이어짐을 그리면서 걸은 기록이고, 백두대간에 얽힌 숨겨진 얘기들을 해박하게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여정이다. 이런 형식은 백두대간 종주 산행의 묘미와 현장감을 최대한 살려준다.

    또한 무려 576페이지나 되는 컬러북에 담긴 진귀한 자료사진이나 백두대간에 얽힌 숨은 이야기, 알고는 싶었으나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흥미로운 내용을 읽다 보면 책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허무맹랑한 백두대간에 관한 얘기를 후련하게 지적하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거짓된 백두대간 산맥을 낱낱이 파헤칠 때는 통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백두대간에 속한 우리나라 명산을 알고 싶어 하는 초보 등산인,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고 있는 산꾼, 이미 몇 번이고 백두대간을 종주한 대간꾼, 그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또 열려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독자는 현오와 함께 백두대간을 걸어 진부령까지 가게 된다. “진부령에서 백두대간을 졸업하는 순간 독자는 이미 대간꾼이 돼 있을 것입니다”라는 필자의 자랑이 빈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백두대간은 드디어 태백산맥으로부터 해방됐으며, 이제 백두대간이 대한민국의 아버지 산줄기인 것과 백두대간만이 우리의 큰 산맥임을 선언한다. 그러면서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정맥과 지맥까지 빠짐없이 소개하고, 대간길에서 만나는 모든 산이나 고개도 제대로 알려준다. 산맥과 산줄기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 옛날 산줄기가 산맥이 됐다가 다시 지금의 산줄기로 돌아오는 과정도 소상하게 밝힌다. 또한 백두대간과 관련된 사람들을 소개하고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눈다.

    무엇보다 산경표, 택리지, 대동여지도를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조선산맥론>과 함께 해부하면서 사람들이 백두대간에 관해 궁금해하는 것을 우리의 관심사와 함께 풀어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르지만 백두대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등산인들에게 종합적인 지식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권태화 지음, 리더북스 펴냄, 2만5000원.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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