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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70) 제20화 상류사회 20

“그림이 놀랍군요”

  • 기사입력 : 2017-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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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석에게서 향수 냄새가 풍겼다. 턱이 파르스름한 것을 보면 면도를 하고 온 모양이다.

    “그림도 좋은 거 많아요.”

    서경숙이 생긋 웃었다.

    “그래요? 얼마 전에 옥션 경매에 수억원짜리 그림이 나왔던데….”

    “삼국지연의 말이죠?”

    “예. 병풍이긴 하지만 6억이 넘더군요. 여기도 그런 그림이 있나요?”

    ‘삼국지연의’는 일본에서 왔는데 경매에서 6억5000만원에 낙찰이 되었다. 그림이 생생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이 그림이 1억 정도 될 거예요.”

    서경숙은 박윤수의 그림 앞으로 이민석을 데리고 갔다. 박윤수의 여러 그림 중 ‘강촌풍경’이다. 갈대가 우거진 강가에서 노인이 죽립을 쓰고 낚시를 하는 그림이다. 박윤수의 그림은 강촌풍경 한 폭만 전시해 놓았다.

    “그림이 놀랍군요.”

    이민석이 새삼스럽게 박윤수의 그림을 응시했다.

    서경숙은 그에게 그림을 설명도 하고 갤러리도 안내했다. 이민석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갤러리 문을 닫은 뒤에 그와 함께 뒷골목으로 갔다. 뒷골목에 음식점이 많았다.

    “저녁은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이민석이 우산을 들고 걸으면서 서경숙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비 때문에 서로 바짝 붙어 있어야 했다.

    “비가 오니까 가까운 데로 가죠.”

    골목에 있는 갈비집이 눈에 띄었다. 갈비를 굽고 소주를 마셔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시죠.”

    서경숙은 이민석과 함께 갈비집으로 들어갔다.

    “전에는 비가 와도 후텁지근했는데 이젠 시원한 것 같아요.”

    서경숙이 빗물을 털면서 말했다.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홀에 앉았다.

    “차갑지는 않습니까?”

    “네. 괜찮아요.”

    “벌써 가을이 오는 느낌입니다. 밤에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요.”

    “그래요?”

    갈비를 주문하고 술도 주문했다. 홀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맛이 좋은지 가게가 절반은 차 있었다. 식당은 비교적 서민적인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이내 밑반찬과 소주가 나왔다. 소주를 따라서 한 모금씩 마셨다. 갈비가 나오자 이민석이 굽기 시작했다.

    “민정수석실에 왜 하루만 나가십니까?”

    “나는 그런 곳에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도 나오라고 해서 억지로 나가고 있는 거예요.”

    “혹시 정치를 하실 생각입니까?”

    이민석이 정색을 하고 서경숙을 쳐다보았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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