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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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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69) 제20화 상류사회 19

‘돈을 주고 하다니’

  • 기사입력 : 2017-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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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의 찜질방에서 나온 것은 오후 4시가 되었을 때였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경숙은 잿빛 하늘을 힐끗 쳐다보고 택시를 탔다. 박인숙이 찜질방에 그녀를 데리고 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요지경 같은 세상이 다 있네.’

    서경숙은 갤러리로 돌아오자 고개를 흔들었다. 갤러리도 비 때문에 축축하게 젖어 있는 기분이었다. 이민석에게 전화가 온 것은 퇴근하려고 했을 때였다.

    “비가 오고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맥주 한잔하실 수 있나 해서요.”

    이민석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언제요?”

    “오늘이요.”

    서경숙은 밖을 내다보았다. 창으로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네. 좋아요.”

    “그럼 제가 갤러리로 가겠습니다. 갤러리 구경도 하고요.”

    “그러세요. 얼마나 걸려요?”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네.”

    서경숙은 통화를 끝내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대통령이 애드웨어에 대해서 화를 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애드웨어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면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애드웨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한마디 했으니 기업들이 난리가 났겠군.’

    눈치 빠른 기업들이 스스로 애드웨어를 제거할 것이다.

    ‘민심이란 이런 것이구나.’

    서경숙은 스스로 감탄했다. 낮에 박인숙을 따라갔던 찜질방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화로운 것은 그렇다 쳐도 남자 안마사와 여자들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남자들이야 오래전부터 그러한 짓을 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여자들이 남자 안마사들과 성매매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었다. 언론에 알려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돈을 주고 하다니.’

    서경숙도 그러한 일은 처음이었다. 남자는 애무를 하듯이 안마를 했다. 그가 다리를 애무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은밀한 곳을 애무했고 그녀는 몸부림을 쳤다. 결국 남자와 그 짓을 하고 말았다. 서로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자 안마사를 생각하자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서경숙은 정원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빗줄기가 사방으로 날리고 있는데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벌써 가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겠지?’

    서경숙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담배를 피운 뒤에 최명수와 직원들에게도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이민석은 퇴근 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갤러리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이민석이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살피면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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