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살롱] 개취 갤러리 (9) 마네로부터-2

  • 기사입력 : 2017-09-04 18:15:23
  •   
  •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23 ~1883.4.30)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뜬금없이 마네에 대해서 알아본 것은 추상미술을 소개하는 책이나 글에서 마네의 이름이 가장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마네라는 이름에는 ‘인상주의(Impressionnisme)의 아버지 혹은 그 시작’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달려 있었다. 그러므로 그를 알아보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추상미술’에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메인이미지

    인상주의 미술가 마네. /구글이미지/

    마네가 살던 당시 화가들은 과거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신고전주의’ 화풍을 따르는 이들이 많았고 ‘낭만주의’ 혹은 ‘사실주의’ 사조를 따르는 화가도 혼재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마네는 자신을 ‘사실주의자’로 여기며 작품활동을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린 그림은 사실주의를 넘어선 특별한 무엇이 있었다.

    메인이미지

    풀밭 위의 점심.

    ◆정신이상자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

    환한 대낮 파리 교외 숲에서 파리 대학 모자를 쓴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소풍을 즐기고 있다. 이들 옆에는 한 여자가 나체로 남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관객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뒤쪽에도 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반쯤 웅크리고 서 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바로 ‘풀밭 위의 점심’.

    마네는 이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살롱전은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의 장이자 출세의 길을 보장해주는 등용문이었다. 낙심한 마네는 살롱전에서 거절당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낙선전에 출품한다.

    나폴레옹 3세가 개최한 낙선전에 ‘풀밭 위의 점심’이 출품되자 신문에서는 연일 마네를 ‘정신이상자’라고 비난했고, 작품을 관람하던 대중들도 분노했다. 신화의 영웅이나 신을 묘사했든 작품에 익숙해 있든 대중의 눈에 이 그림은 너무나 충격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물론 이전 화가들에게도 누드 작품은 있었지만, 신화 속 이상적인 천사의 모습을 통해 누드가 구현됐을 뿐이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나체 여성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었기에 당시 사람들은 두 눈으로 작품을 쳐다보고 있자니 당시에는 민망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마네는 당시 대부분의 화가가 그렸던 역사나 신화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당시의 카페나 식당, 공원 등 일상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하지만 단순히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그림에 의미를 담았다. 풀밭 위의 점심은 라파엘로의 원작에 기초해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 1488~1534)가 제작한 ‘파리스의 심판’ 동판화 일부를 패러디해 만들었다. 현실에 기초하되 그림의 주제나 구도는 과거의 작품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이는 결국 마네가 작품을 통해 당시의 보수적인 미술 사조를 비웃었던 게 아닌가 싶다.

    메인이미지

    올랭피아.

    ◆센세이션을 일으킨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과 같은 해 출품된 ‘올랭피아’는 대중들을 더 큰 충격에 빠뜨린다. 이 그림 역시 과거의 그림 즉, 티치아노(Vecellio Tiziano, 1488년께 ~ 1576.8.27)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한 여성이 침대 위에 있는 베개에 살짝 기댄 채 누워있다. 눈빛은 당혹스럽지도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거만한 느낌을 약간 주는 듯하게 관중을 지켜보고 있다. 우측에는 흑인 가정부가 꽃을 들고 있고 그 옆으로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치켜세우고 서 있다. 지금 보면 자연스러운 누드 회화가 아닐 수 없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그림 속 주인공이 당시 일반적으로 그려진 여신이나 요정이 아닌 현실 속 매춘부를 표현했다. 제목에 나오는 ‘올랭피아’라는 이름도 그 당시 매춘부의 흔한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여성의 누드 역시 문제였다. 당시 신고전주의를 필두로 하는 환상 속에서나 나오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이 그 시대 그림 속 대표 모델의 모습이었다면, 올랭피아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여기에 흑인 가정부는 당시 비천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림속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고양이는 서양, 특히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했다고 한다. 여기에 당시 화풍과는 확연히 다르게 붓질의 형태가 그대로 보이고 너무나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평면성은 결국 인간의 눈으로 대상을 봤을 때 빛을 받은 대상이 오히려 평면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나타낸다. ‘눈에 보이는 대로…’, 결국 이러한 점들이 인상주의 등 모더니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평면성(flatness)을 모더니즘 회화의 본질로 꼽았다고 한다. 고전 회화가 3차원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면 현대 회화는 그 환영을 파괴하고 다시 2차원의 평면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메인이미지

    베네치아.

    ◆마네의 아이러니

    결국, 마네의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새로운 기법에 많은 화가가 감명을 받았고 그에 따라 인상주의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마네와 이름이 비슷한 모네를 비롯해 르누아르, 피사로, 세잔, 쇠라, 고갱, 심지어 반 고흐까지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고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 이들 인상주의자에서 나왔다.

    메인이미지

    우르비노의 비너스.

    인상주의는 결국 피카소 등 입체파를 비롯해 야수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흘러 추상미술까지 영향을 준다.

    정작 인상주의를 태동시킨 마네였지만, 그는 자신을 인상주의자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그들의 전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메인이미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고휘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