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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래 에너지를 고민하다 (1) 주력 발전원 갈등

경제성이냐 안전성이냐 … 평행선 달리는 논쟁

  • 기사입력 : 2017-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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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신고리 원전.


    “발전소에서 말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칩시다. 근데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들어서면 매년 조기 사망자만 60명이라는데, 그게 사람 목숨보다 소중합니까.” 고성군에 건설 중인 하이화력발전소 인근 한 주민의 탄식이다.

    국내 발전(發電)량의 70%가량을 책임지는 주력 발전원, 석탄화력 그리고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이 도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하지만 석탄화력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원전은 방사능 누출 위험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탈석탄·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방점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천명했다. 이른바 ‘에너지 전환’이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주력 발전원을 둘러싼 국내 갈등과 에너지 전환 선진국인 독일과 네덜란드를 둘러보고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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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 하이면에 건설 중인 하이화력발전소.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지난 2월부터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91만㎡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 1040㎿급 발전소 2기로 건설되는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로 2021년 완공 후 국내 전체 발전용량의 1.6% 수준을 책임질 예정이다.

    공사 약 5개월째를 맞았지만 광활한 부지와 달리 현재의 분위기는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이곳은 착공 한참 이전부터 조용할 날이 없었다.

    정부의 탈석탄 기조 속 발전소 건설시행사 (주)고성그린파워가 밝히는 당위성은 이렇다. 현재 발전원별 1킬로와트시(㎾h)당 발전단가는 원전 68원, 석탄화력 73.8원, 가스 101.2원, 신재생에너지 156.5원. 원전에 더해 석탄화력발전까지 급격하게 축소하는 경우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8900억t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분위기다.

    또 종사 인력의 지역 내 소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반대주민들은 혜택이 아닌 권리 침해에 주목한다.

    세계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5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건설 시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허혈성 심장질환·뇌졸중 등으로 조기 사망자 수가 연간 6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사용 연한을 40년으로 가정한다면 조기 사망자 수는 2400여명이다. 국책연구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포함, 국내 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대기질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가중농도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는 연간 1144명이었다.

    이에 발전소 측은 고효율 환경설비를 설치해 질소산화물은 140ppm에서 10ppm으로 93%, 입방미터당 25㎎이 배출되던 먼지는 5㎎으로 80%, 황산화물은 70ppm에서 15ppm으로 79% 덜 배출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쪽에는 아직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행정구역상 고성군이지만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상 주변지역(반경 5㎞ 이내)에 속하는 사천시민들도 건설 중단이 절실하다. 정석만 고성화력발전소 사천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주변지역 인구는 사천이 10배 이상 많아 1984년 하이발전소 바로 옆의 삼천포화력발전소 준공 이후 30여 년간 피해는 더 컸다. 대기오염은 물론 온배수(냉각 및 기타 용수로 사용한 고온의 폐수)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 등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행정구역이 아닌 탓에 지원금 외 지역자원시설세 등의 혜택은 먼나라 얘기였다”고 주장한다. 보상을 외치던 이들은 이제 재피해 방지를 위해 하이발전소 건립 반대에 목소리를 보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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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군 서생면 주민협의회가 원전 찬성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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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서 만난 상인이 원전 반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 신고리 원전=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논란은 보다 가열차다. 1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밀양 송전탑 갈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밀양 사태는 2007년 당시 정부의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 승인이 시발점이었다. 고압 전자파로 인한 건강 위협과 땅값 하락이 예견됐다. 한국전력은 강행했고 반대주민은 결국 2012년 1월 분신자살, 2013년 12월 음독자살이라는 극한 대결로 치달았다.

    2014년 한국전력이 경찰을 앞세워 농성장을 철거한 행정대집행 이후 건설은 완료됐지만, 여전히 한국전력의 보상에 거부하는 밀양 주민 150가구는 현재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에 들어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그리고 탈핵을 외치고 있다. 밀양 송전탑이 신고리 원전 생산 전력의 수송을 전제했던 탓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압 송전선로는 원전이 지불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비용 중 하나”라면서 “원료 수입 등 발전특성상 주로 해안가나 거주민이 적은 곳에 지어져 수도권으로 보내진다”고 설명한다.

    현재 공정률 29%의 신규 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논쟁은 단연 뜨거운 감자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 경쟁력이지만 반대 측에선 사고 위험비용,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송전선로 입지 선정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 원가 재산정을 주장한다.

    김해창 교수는 “사고는 예측할 수 없다. 시스템이 안전해도 휴먼에러 등으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주지진이 최대지진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했다”고 꼬집는다.

    서생면 주민협의회는 지역발전 기대감에 지지 입장이다. 이상대 위원장은 “고리 1~4호기 들어설 땐 우리도 죽어라 반대를 외쳤다. 그때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며 우리 말은 듣지도 않았다. 그렇게 40년이 흘렀고 살다보니 원전에 대한 인식이 관리만 잘되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면서 “경주지진 때 이곳 원전엔 아무 영향이 없었다. 발전소는 내진설계가 우수해 이제는 오히려 제일 안전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모든 주민의 생각은 아니다. 지난달 24일 진하리에서 만난 상인 이종원(64)씨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씨는 “터를 잡은 지 약 20년이다. 해수욕장을 낀 관광지임에도 개발은커녕 땅값이 토막이 났다. 원전이 가득한 곳에 솔직히 누가 놀러오고 싶겠냐”면서 “신고리 3·4호기 건설 전엔 150만명은 됐던 관광객은 올해 연간 4만이 안 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의 영향력=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발전설비(2015년 기준)는 원자력 22.2%, 석탄 27.9%, LNG 32.9%, 신재생 7.5%, 기타 9.1%로 구성된다. 반면 발전량은 원자력 31.1%, 석탄 38.6%, LNG 19%, 신재생 4.3%, 기타 6.6%로, 상당히 높은 비율로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의존한다.

    글·사진= 김현미 기자hmm@kn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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