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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서글픈 평온-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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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순간 멈칫한 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였다. 시국이 불안한데 예고도 없이 민방위훈련을 실시해 사람을 놀라게 한다며 투덜됐는데 며칠 전부터 예고를 했단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초강경 발언을 하자 북한은 주요 미군기지가 주둔한 괌을 포위사격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말을 주고받은 셈이다.

    현 정세는 과거의 한반도 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이어서 양측의 치킨게임이 자칫 현실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언론은 이런 북-미 간 초강경 대치 국면에도 ‘서울이 놀랄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이며 거리에서 만나본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극히 평온했다’고 보도했다.

    ‘평온한 한국 미스터리’는 한반도 위기 때마다 외국 언론의 단골 메뉴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평온한 사회 분위기를 두고 북한의 위협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군사적 도발의 파급력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거나 안보 불감증을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반도 전쟁 발발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갖고 있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여러 번 속은 주민들처럼 북한의 협박이 일상화하면서 위기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을 막을 방법도 없고, 생업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도피할 수도 없는 무방비 상황이기 때문에 체념하고 사는 것이다.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이 강조하는 불바다의 주력 무기는 40㎞ 이상의 사정거리를 두고 있는 장사정포로 170㎜ 자주포(사거리 40㎞)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사거리 60㎞)가 있다. 미사일이 아닌 장사정포는 사드나 패트리어트로 요격할 수 없다. 전방 지역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는 총 1100여문인데 이 중 340여문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10분간 5200발, 1시간 동안 1만6000여발까지 사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북한 장사정포 공격 시 하루 동안 최대 6만명의 군인, 30만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끔찍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이 붕괴돼 재기 불능 상태가 되고 한민족은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축사에서 말한 바대로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되며, 그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오는 2020년 이양받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 환수해서라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내 운명을 돈키호테에게 의탁하는 서글픈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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