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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휴가, 자의에 의해 떠남은 언제나 옳다

책 읽어주는 홍아 (4)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김동영)

  • 기사입력 : 2017-08-24 1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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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떠남은 언제나 옳다.’ 3년 전 한 달 동안 홀로 전국 여행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든 생각이다. 그 후 어딜 떠난다는 주변인들의 고민을 들으면 언제나 “떠나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에게도 단칼에 “그만 둬”라고 말했으니 거의 무조건 반사에 가깝다.

    메인이미지3년 전 혼자 여행을 다녀와서 남은 버스 승차권과 박물관 입장권들

    지난번 살롱에서 다뤘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이어 공교롭게 이번 책도 휴가와 어울리는 책이다. 책 내용에서도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발행시기는 5년 앞서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의 실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혼자 하는 미국여행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작가가 여행 중 찍은 사진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몰입도를 높인다.

    메인이미지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표지

    작가는 잘 나가던 음악인이다. 델리스파이스·이한철·마이앤트메리 등 쟁쟁한 음악가들과 같이 작업했다. 작가는 혈혈단신 미국 여행길에 오르는데 전적으로 ‘자의’로 떠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음악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실직 후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어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의로 떠난 것 만큼 미국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

    작가는 음악잡지에서 알게된 ‘Route 66’ 도로로 미국 횡단길에 오른다. 예상한대로 여행길에서 작가는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황량해서 불안함마저 드는 풍경들을 만난다. 또 내 영웅들의 유령들도 만나게 된다.’

    메인이미지떠나보면 책 첫 장

    고생 때문인지 음악가의 감수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자아의 심연으로 빠졌다가 나온다. 어디든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 한층 더 성장한다고 했던가.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난 지금껏 취향 때문에 몇몇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해하기보단 부담스러워했다. 덮어주기보단 비아냥거렸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등을 돌려버렸다. 지금보다 더 유치하고 어리석었던 그 시절 때문에라도 이제는 내가 사랑할 사람들한테 내 취향을 짓밟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취향을 이해하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다짐보다 ‘내 취향을 짓밟힐’ 준비가 됐다는 말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메인이미지작가는 Route 66 도로로 미국을 횡단한다

    게다가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자신으로 돌린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여럿이 가는 여행보다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진짜 좋은 것은 이 처럼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 황량한 풍경들, 그의 영웅들’을 만나지만 가장 많이 만난 것이 자신의 민낯이다.

    나의 혼자 하는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작가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대화는 못하는 벙어리’가 돼 답답했던 것처럼 나도 말하는 법을 잊기도 했다. 텍사스를 울면서 달렸던 작가처럼 나도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나오는 길을 달리며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스쳐지나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나의 민낯을 더 자주 만났다.

    메인이미지떠나보면 가장 좋을 글귀

    작가는 허름한 중고차를 타고 결국 미국 횡단에 성공한다. 230일이 걸렸다. 일상에서 23년이 흘러도 얻지 못할 것들을 작가는 이 여행에서 깨닫는다. 책은 ‘아무 것도 하지 않기’란 이런 것이라고 잔잔하면서도 굵직한 문체로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도 휴가와 매우 잘 어울리는 책이다. 혹시 늦은 휴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시 말씀 드린다. “떠나세요.”

    조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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