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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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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카메라에 담은 런던마라톤(1)

적당한 날씨, 들뜬 거리… 런던을 달리다

  • 기사입력 : 2017-08-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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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지 사진을 목표로 떠나온 영국 런던, 수많은 날 중 그날은 런던마라톤대회가 있던 날 일년에 한 번뿐인 대회는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거리에는 이미 맥주캔을 손에 들고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 붐벼 약간의 무질서도 용서되는 카니발 느낌 가득한 하루 5월로 기억한다.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황홀한 날씨였기 때문이다. 내 생애 가장 즐거웠던 축제 그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2년 어느 날 아침. 런던 사우스키(South Quay) 근처의 내 거주지. 머리가 아팠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을까? 전날 밤 플랏메이트(Flat Mate·아파트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 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 알코올이라 하면 뭇 여인의 매니큐어 지우기용 아세톤 냄새만 맡아도 얼굴이 붉어지는 나로서는 아마 그렇게 다양한 술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처음 알게 된 날이기도 했던 그날, 겨우 두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난 그날. 별로 할 일 없는 하루하루 일정이었지만 단 하나 사진을 찍는다는 목표만으로 런던에 도착한 지 벌써 몇 달이 지난 그날은 런던마라톤 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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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속도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잘 몰랐다. 런던마라톤이 어떤 의미의 행사이며 어떤 규모의 행사였는지. 그저 집 앞에 사람들이 많이들 모여 있었고 전날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이 나라에 왔으면 런던마라톤을 하는 때에 맞춰 온 건 정말 큰 행운이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던 취중 이야기, 그리고 일 년에 한번 있는 행사라는 희소성은 나를 밖으로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찍어대던 시절이었다. 카메라를 쥐는 엄지 안쪽과 셔터를 누르는 검지에 물집이 다 터지고 찢어질 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내가 사랑했던 런던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일은 큰 행사가 없더라도 언제나 새로운 일이었고 도전 같은 일이었다. 하물며 런던마라톤이라는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 내가 나가지 않을리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등에는 군대에서나 매던 군장무게의 카메라 장비를 풀 세팅한 후 거리로 나갔다.

    이미 거리를 바라보는 테라스에는 집집마다 가족, 친구들이 쨍쨍한 런던 하늘아래 맥주캔을 들고 바비큐와 함께 축제를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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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취해있는 사람도 곳곳에 보였다. 물론 기분 좋게 웃는 얼굴로, 아니면 어제 저녁 마신 술에 아직도 취해 있는 건지 모를 사람들. 그런 응원하는 주민들 사이 담배냄새가 아닌 위화감이 드는 향이 안 그래도 술에 아픈 내 머리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대마초(weed)’.

    대마초를 피워보지는 않았지만 대마초를 피는 사람 근거리에 한 번이라도 있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향이 일반 담배 향과는 얼마나 다른지. 친구들 끼리 삼삼오오 모여 마라톤을 바라보는 집 테라스에서는 그 향이 가득히 날리고 있었다. 단속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단속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날보다 몇 배는 관대했을 거라 확신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런던마라톤의 이날이 뭔가, 모든 것이 용서 될 것 같은 카니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루였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다. 경찰들에게도 이날만큼은 관람자와 관리자 두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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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있다.



    5월로 기억한다. 사실 사진 정보를 훑어보면 언제 찍은 사진들인지 정보가 기록되어 있지만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나는 5월로 기억하고 싶다. 그날은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런던 날씨에 대해 사람들은 흐림과 우울함으로 일관되게 생각하지만 나는 세상에 어딜 가도 런던의 5월과 같은 황홀한 날씨를 맞이해본 적이 없다.

    햇빛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파랗게 떠있었다. 내려 쬐는 햇빛은 살갗을 따갑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포옹하는 듯 내려앉았다. 약간 더워진 몸이 버거워질 때쯤 해를 피해 나무 그들 아래 벤치라도 앉으면 습하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나를 만져주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황홀함이었다. 끝인지 아닌지 모르는 곳까지 끝까지 걸어도 좋을 날씨. 내겐 그것이 런던의 5월 날씨며 그날도 내겐 그런 날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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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코스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걷던 집 앞 길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어떤 시원한 해장국 한 입보다 그날의 런던 시내 공기 한 숨이 숙취를 말끔히 사라지게 하는 약이었다.

    그리고 내가 두 번 경험한 런던의 4월 날씨는 총 60일 중 50일 이상 비가 내렸기 때문에 5월의 그 맑은 날씨가 유독 더 찬란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내 기억 속 그날은 무조건 5월이었다고 우길 것이다.(사실 4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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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들 또한 이 축제를 즐기는 듯한 하루였다.



    나를 스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보다는 조금 빠르게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뛰는 사람들을 위해 도로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통제되어 있었고 그렇게 비어있던 도로에 사람들이 쏟아졌다.

    길 양쪽에는 각 동네에서 나온 주민들이 라인 밖에 촘촘하게 모여 있었다. 달리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응원하고 구경하면서 함께 즐기는 사람들. 일반인들이 출발했을 때부터 내 카메라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내 생에서 내가 즐긴 가장 즐거운 축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나, 내 생에 내가 바라본 가장 즐거운 축제였음은 분명했던 시간. 그것이 런던마라톤의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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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리버맨)

    △1983년 마산 출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창원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카페 '버스텀 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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