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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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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방목 ‘동물복지농장’ 보편화될까

밀집사육보다 사육밀도 20배 넓어
닭 스스로 ‘모래목욕’ 진드기 제거
안전성 있지만 비싼 가격 ‘걸림돌’

  • 기사입력 : 2017-08-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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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의 원인으로 꼽히는 ‘밀집사육’의 대안으로 ‘동물복지농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비싼 가격과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해 동물복지농장 비율을 높이는 등 밀집사육 방식을 개선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산란계 농장에서는 밀집사육을 하고 있다. 이는 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0.062㎡)도 되지 않는 0.05㎡(축산법 기준) 정도의 케이지에 산란계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닭 진드기에는 취약하다.

    ‘와구모’로 불리는 닭 진드기는 햇빛을 피해 주로 야간에 닭의 몸 속에 파고들어 피를 빤다. 이 때문에 가려움, 불면증을 겪는 닭들은 스트레스가 높아져 산란율이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국립축산과학원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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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안성리에서 자연방사로 닭을 키우고 있다./전강용 기자/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양계장의 닭 진드기 감염률은 94%로 추정된다. 닭 진드기를 잡기 위해 농장주들이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를 사용했던 것이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대량생산체계인 공장식 밀집사육이 아닌 자연방사 형태의 동물복지인증 농장과 해당 농가의 계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사하는 닭은 모래에 몸을 문지르거나 발로 몸에 흙을 뿌려 진드기를 제거하는 일명 ‘모래목욕’을 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인증 산란계 농가는 계사 내 사육밀도가 마리당 약 0.11/㎡ 이상이고, 실외 방목장 시설을 둔 ‘자유방목’의 경우는 마리당 1.1㎡ 이상으로 폐쇄형 케이지(마리당 0.05㎡)보다 20배 이상 넓어 ‘모래목욕’ 활동이 가능하다.

    산청 간디유정란농장(대표 최세현)은 동물복지 농장에 가깝다. 최세현 대표는 660여㎡의 사육장에서 1000마리 정도의 닭을 키운다.

    닭들이 일광욕과 모래목욕을 하기 때문에 닭 진드기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간디유정란농장은 지난 16일 경남도축산진흥연구소로부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시중에 다시 유통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의 계란은 안전성이 담보되더라도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 대표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계란은 개당 500원이다. 반면,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일반란의 경우 한 판(30알)당 생산가는 5904원, 도매가는 7050원, 소매가는 8362원으로 개당 약 280원이다.

    게다가 현재 계란 시장의 공급량을 감당하기에는 동물복지농장 수가 턱없이 적다.

    전국의 1239개 산란계 농장 가운데 동물복지농장은 92개인데, 이 중에서도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방목’농장은 16곳에 불과하다. 자유방목 농장의 사육두수는 15만2340 마리로 전체 5738만 마리와 비교하면 0.26% 수준이다.

    도내의 경우 144개 농가 중 5곳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고, 이중 자유방목형은 하동과 거창 2곳으로 전체 595만 마리의 산란계 가운데 0.37%인 2만2300 마리를 유지하는 정도다.

    또한 자유방목을 위해 필요한 엄청난 면적도 걸림돌이다.

    사육밀도 기준을 케이지 수준인 0.05㎡/마리로 하면 286만9000㎡가 필요한데, 자유방목 수준인 1.1㎡/마리로 하면 6311만8000㎡로 22배나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최 대표는 “당장 모든 농장을 방목형 동물복지농장으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므로 케이지식 사육과 위생 등을 개선하고 동물복지농장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각 농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가는 낮은데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뛰는 유통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농장수익이 적어 시설개선 및 위생관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장 경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닭 진드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제는 반복된다. 자연 방사가 바람직하지만, 우선은 천연살충제 등 효과적인 친환경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지방의 경우 처우 등을 개선해 축산 방역·관리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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