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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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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또다시 계란을 구우며…-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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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 프라이’ 못 먹은 지 아마 보름은 넘은 것 같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된 어느 날 아침 보였던 프라이를 무심결에 먹은 게 마지막인가 싶다. 사실 아침 밥상 차리기 바쁜 현대인들에 계란 프라이는 요긴한 패스트푸드다. 아무 걱정 없이 구워내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척척 먹어내는 게 계란이다. ‘계란 구이’ 하나에 무슨 큰 의미를 부여하냐 반문할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에 있어 ‘아침’ 계란 프라이는 그 어느 유명 레스토랑의 ‘저녁’ 스테이크에 뒤지지 않는다.

    ▼닭 진드기 잡으려고 농장에서 뿌린 살충제가 지난 10년간 500t이 넘게 사용됐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 섬뜩하다. 살충제 판매금액만 78억원이란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살충제를 계란과 버무려 먹었는지 생각만 해도 몸이 녹아내린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어마어마한 살충제를 5000만 국민 모두 골고루 나눠 먹었으니 그나마 서로서로가 버텨가는 모양이다.

    ▼유럽도 난리다. 사실 우리나라 살충제 계란 파동의 시작은 유럽 파동 때문이었다. 살충제 계란 진원지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파동이 시작된 즉시 농장 문을 닫고 닭을 살처분했다. 네덜란드는 지금까지 전국 180개 산란계 농장을 폐쇄했고, 벨기에는 농장의 25%가량이 문 닫았다. 가축 잘 키우기로 소문나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는 유럽 나라도 이 모양이니 할 말이 더는 없다.

    ▼아침을 먹다 말고 냉장고 문을 몇 번이나 열었다. 아침 반찬 뻔하지만 왠지 부실해진 밥상을 보완할 뭔가를 찾다 보름 넘게 냉장고에 안치된 14개의 날계란과 눈이 마주쳤다. 그렇지 뭐. 광우병 파동 때, 구제역 창궐 때, 조류인플루엔자(AI)와 비브리오패혈증 난리 때 쇠고기, 돼지고기, 닭·오리고기, 생선회 먹고도 생생히 살았는데…. 먹거리 잘못 만난 탓, 농정 공무원 잘못 만난 탓, 그 틈에도 아직은 건강하지 않냐고 위안하며 프라이팬을 벌겋게 달궈 차가운 계란을 톡 깼다. 동시에 앞으로 운동시간 5분 더 늘려 살충제 독소를 빼내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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