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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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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제철 토박이말 ⑥ - 일흔두 돌 광복절을 보내고…

  • 기사입력 : 2017-08-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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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5일은 우리가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두 해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어둠과도 같은 서른여섯 해를 살다 그야말로 빛을 되찾은 날이기에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야 할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서 이를 기리는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는 기별도 들었습니다.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우리가 떨쳐내지 못한 일본스러운 것들을 꼬집으며 바로잡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쁜 날 저는 부끄러움과 슬픔에 휩싸여 지냈습니다. 나라를 되찾은 기쁜 날이긴 하지만 우리가 나라와 함께 잃었던 우리말은 아직 되찾지 못했는데 우리말을 되찾자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되찾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우리말 도로 찾기였는데 일흔두 해가 지난 오늘 우리의 말글살이를 둘러보면 우리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나라를 되찾으며 쓰지 말자고 했던 ‘애매’, ‘가오’와 같은 일본말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아이들 배음책(교과서)에는 일본이 만든 말이 가득합니다. 게다가 우리말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토박이말은 가르치고 배우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 힘을 쓰다 보니 나라일터 이름에도 ‘벤처’가 들어갈 만큼 영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며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나라일터(정부)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는 나라말인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만드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말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잃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고 북돋우는 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토박이말바라기’가 하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서 한마음으로 토박이말 살리기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 주시기를 비손합니다.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을 슬픈 마음으로 보내고 그 어떤 일보다 나라말을 제대로 되찾는 데 힘과 슬기를 모으자는 말씀을 거듭 올립니다. 그러면 토박이말을 되살려 참다운 빛을 되찾는 날이 얼른 올 거라 믿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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