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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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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발 길이·복장·화장… ‘학생 규제’ 논란

“자율·개성 존중” vs “일정 규제 필요”
“지나친 통제 인권침해·다양성 상실”
“법이 사회 규제하듯 학생 규제 필요”

  • 기사입력 : 2017-08-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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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지역 A고등학교는 귀밑 7㎝로 두발 길이를 규제하고 있다. 또 원색 또는 형광색의 신발과 가방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 팔찌’ 외에 모든 액세서리는 금지하고 있다.

    같은 지역의 B고등학교는 두발과 치마 길이에 관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지만, 머리 염색과 얼굴 색조화장은 규제하고 있다. 화장할 거면 교복을 입지 말거나, 교복을 입을 거라면 염색이나 화장은 하지 말라는 식이다.

    도내 고등학교에서 이처럼 두발 길이와 염색·펌, 얼굴 색조화장, 치마 길이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규제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지나친 통제로 인한 다양성 상실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일정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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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창원 태봉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고 있다.


    두발이나 복장 등에 대한 규제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이러한 규제가 학생들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 탓인지 한 고교에서는 ‘우리들의 몸을 옥죄는 규제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며 단체행동에 나서자는 취지의 글이 나붙기도 했다.

    그러나 한 고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최모(50)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사회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많이 있듯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이 갈리기는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 개성 존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립 대안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는 지난 2010년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염색은 물론 색조화장 등 두발과 용모에 관한 모든 사항을 학생 자율에 맡긴다. 18일 태봉고에서 만난 2학년 학생들은 학생 개개인마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의 이런 방침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영훈 태봉고 교장은 “교육의 방향이 입시보다는 학생들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보니 학생생활과 관련해 아무런 규제가 없어도 불편함이 없다”며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해보면서 얻게 되는 강점은 졸업 후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사회의 일정한 틀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학교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학생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니 학생 스스로 판단해서 자기 취향과 삶의 방향을 찾아 나가는 데에서는 큰 이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학생 생활교육 제 규정 표준안 및 회복적 생활교육자료’를 배포해 각 사항에 대한 강제금지를 전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다만 학생·교원·학부모 대표가 결정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재량권을 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립보다는 대체로 사립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생활 규제가 심한 편인데, 교육청을 통해 규제가 지나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학생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교칙을 바꿔나가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모든 학교의 규제를 획일화할 수 없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규제와 처벌보다는 학생들의 자율과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교칙을 전환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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