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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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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수(白壽) 철학자의 강의-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7-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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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白壽)는 99세를 말한다. 필자가 소개하는 백수의 철학자는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다. 교수님은 1920년생이니까 98세이시다.

    교수님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고 20대 혈기 왕성할 때 ‘사랑과 영혼의 대화’라는 책으로 연이 맺어졌다. 그 수필집을 읽고 책의 내용이 그때 감정 이입이 되어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얼마 전 창원지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생존하는 우리나라 제일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가 있다는 경남 교총의 안내장이 왔기에 모든 일을 접어두고 수강을 하게 됐다. 정확한 시간에 강당을 꽉 메운 청중을 보고 명강사의 강의 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흔히들 곱게 늙어가는 노인들을 보고 아름답게 늙는다는 말을 한다. 강사님은 내년이면 백수인데 얼굴은 너무 곱게 늙어 동안이면서 피부도 고와 보였다. 자그마한 체구에 도수 높은 안경을 썼지만 목소리는 조용한 미성이었다. 연세는 백수지만 곱게 늙어 정말 추하지 않은 고고한 자태와 미소가 청중의 마음을 끌게 했다.

    강의는 ‘백년을 살다 보니’라는 주제로 정확하게 110분 동안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됐다. 자세가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말씀하시는 모습에, 청중들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정말 저분의 연세가 백수인가 의심이 갈 정도였으며, 연세가 많으면 강의 흐름이 갈팡질팡한다든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은데, 젊은 사람 못지않게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님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찬 시기를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나이라고 하지만, 요즘 같이 100세 시대에는 60대가 청춘이라고 역설하시면서, 은퇴를 해도 독서와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80세 이후에도 알찬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인생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 가는 것이라며, 인생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함축성 있는 말씀에 우렁찬 박수도 받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배움과 일은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며, 은퇴를 해도 독서와 일은 멈추지 않는다면 80세 이후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긍정적인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00세 시대가 일반화돼 가는 시점에서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필자는 강사님의 강의 내용에도 매료됐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연세가 백수인데 혼자서 서울에서 천리 길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강의도 하시고, 가까운 곳은 직접 찾아 가서 모든 일상사를 처리하신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특히 자식들의 일상사까지 건강(두뇌활동)과 몸의 움직임을 위해서 손수 하신다니 더욱 놀랄 일이다. 보통 이 연세의 사람 같으면 걷기도 불편하고 치매가 와서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을 텐데, 독서 즉 공부와 일(움직임)이 강사님을 백 년을 살게 했다는 말씀을 우리 다 같이 곱씹어 보고 실천하도록 다짐해 볼 일이다.



    허 만 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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