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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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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참된 기부- 황일숙(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 기사입력 : 2017-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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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TV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엉엉 울면서 나를 불렀다. 가서 보니 정말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캄보디아의 한 꼬마가 모기 유충이 떠 다니는 오염된 시궁창 물을 먹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아내가 100만원 정도면 우물을 파줄 수 있다고 하니 우리도 우물 하나 기부하자고 했다. 하지만 우물을 파 줄 단체도 모르고 어디에 기부를 해야 되는지도 몰라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파 주자고 답한 적이 있다.

    그 후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디자인 전공의 한국 출신 미국 교수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아프리카 마사이족을 돕기 위하여 처음에는 현금을 주었다고 했다. 몇 년 후 다시 방문해 보니 당당했던 마사이족 전사가 거지로 전락해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기부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기부방식을 바꾸어 그 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원재료로 해 무언가를 만들도록 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몇 년 후 다시 방문해 보니 예전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방송을 본 후 캄보디아로 가족 여행을 다녀 올 기회가 왔다. 가이드가 ‘돼지 아빠’라는 한국인 교포의 상점에 여행객들을 데리고 갔다. 그는 상황버섯 판매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처음에는 사업으로 번 돈을 앞서 언급한 미국 교수처럼 각 가정마다 현금으로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도 곧 그의 기부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돼지 새끼를 사 주었다. 그래서 ‘돼지 아빠’라고 불렸다.

    나는 굳이 내 이름을 걸고 우물을 파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상황버섯이 필요 없었지만 돼지 아빠에게 나 대신 우물을 좀 파 달라는 뜻으로 상황버섯 300만원어치를 사겠다고 했다. 그 돈으로 이곳의 불쌍한 아이들을 위하여 우물을 3개 정도 파 줄 수 있으시겠냐고 물어보니 그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주저 없이 300만원을 기부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분이 어찌나 상쾌하던지.

    황 일 숙

    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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