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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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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설사 잦다면 크론병 의심하라

소아 크론병 증상과 예방법
소장·대장·항문 등 위장관서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
혈변·복통 잦다면 의심… 성장 부진·발열 등 증상도

  • 기사입력 : 2017-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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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 교수가 크론병 환자의 대장을 내시경하고 있다.


    14세 남자 소아가 키가 잘 안 크고 두 달 전부터 배가 자주 아프고 체중이 줄었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중학교 1학년 때 항문 주위 농양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체중이 약 10㎏ 정도 줄었다고 한다. 크론병을 의심하고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및 조직검사에서 병변이 발견돼 추가로 소장과 항문 부위의 병변을 파악하기 위해 MRI 검사를 했다. 최종적으로 항문 누공이 있는 소장과 대장을 침범한 크론병으로 확인됐다. 관해유도치료 후 복통이 없어지고 체중이 늘면서 누공이 막히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자녀가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빠지고 혈변이나 설사가 잦다면 크론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덧살, 치열 등의 항문 주위 병변도 10대의 크론병에서는 흔하다. 잦은 복통과 설사는 때로는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염으로 오인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과 함께 구강 점막 궤양, 발열, 관절통증, 발진, 성장 장애, 이차 성징 지연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증상이 복통보다 먼저 있거나 성장 부진이 최초 증상인 경우도 있다.

    ▲ 크론병이란 무엇이고 유병율은 어떻게 되나? = 이 질환은 대장에만 국한해 병변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에 속한다. 염증은 주로 소장과 대장에 발생하지만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위장관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아직까지는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반복되는 만성 장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성장이 잘 안되고 합병증이 생기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크론병은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에서 발생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환자수가 2만명에 근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 약 20% 정도가 18세 이하의 연령으로 다른 만성 질환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많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어린 소아에서도 발생한다.

    ▲ 크론병은 왜 생길까? =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 요인, 장내미생물, 면역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생 상태와 음식은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염증성 장질환과 관련된 음식연구에서 섬유소가 적고 설탕이 많고 동물성 지방함량이 높은 음식이 질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정제 설탕, 패스트푸드, 마가린 등의 연관성도 보고된 바 있다. 서구화 된 환경에서 크론병이 증가하는 추세는 위생가설로도 설명되고 있다. 즉, 위생 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세균성 장염 등의 감염성 질환에 덜 걸리게 돼 장관의 면역 체계 발달에 변화가 일어나고, 서구화된 식습관과 늘어난 항생제 사용 등이 장내 미생물무리의 변화를 일으켜 면역반응이 왜곡되게 일어나면서 위장관의 자기 조직을 없애야 하는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장에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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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론병 진단은 어떻게 하나? = 단일 진단 검사는 없다. 자세한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을 통해서 의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혈액검사, 대변염증검사, 위와 대장내시경검사 및 조직검사, CT·MRI, 캡슐내시경을 적응증에 따라 선택해서 검사한 결과를 종합해서 진단한다. 대장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는 진단 검사에 항상 포함된다. 복통, 설사, 체중 감소, 혈변 등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 진단에 어려움이 없지만,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면 진단에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약 10%의 환자에서는 장 증상 보다 먼저 항문 주위 병변이 있어서 항문외과에서 수술 후에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재발을 해서 나중에 크론병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크론병이 확인되면 산정특례에 해당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관리가 중요 =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진단 시에 성인에서보다 병변이 광범위하고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발생할수록 유병기간이 길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 발생률을 줄이고 자연 경과를 더 좋게 할 수 있다. 치료를 빨리할수록 합병증이 생겨도 늦게 치료한 경우보다 치료 성적이 더 좋다. 치료가 늦어지면 장 점막에 국한된 초기 병변이 점차 점막 아래층으로 확산되면서 장에 구멍이 나는 관통형이나 장이 좁아지는 협착형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배 속에 고름집이나 장과 장 사이에 누공이나 장 천공이 생겨서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크론병이 있는 10대에서 영양부족이 흔한데 그 이유는 성장기여서 영양 요구도가 높고, 설사와 장 염증, 식욕부진으로 영양소의 흡수가 부족해져서 영양장애가 생겨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이해가 성인보다 낮아서 병원에 오는 시점이 늦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단과 치료가 빠를수록 치료 반응이 좋고 재발과 장 협착, 천공, 누공, 농양 등의 진행성 병변으로 진행되는 빈도를 줄이고, 성장을 유지하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할까? = 치료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즉, 장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관해 치료와 가라앉은 장의 염증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유지 치료이다. 치료제로는 경장영양요법, 항생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기타 약제들이 있다. 성인에서는 초기에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자주 사용하지만, 소아청소년에서는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가능하면 빨리 끊도록 한다. 경장영양요법은 스테로이드와 동등하거나 좀 더 나은 관해유도 효과가 있다. 또 영양 공급에 유리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고 점막 병변이 치유되는 장점이 있다. 맛이 별로 없고 스테로이드에 비해 비용이 드는 점은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크론병 환자의 몸에서 과도하게 분비돼 염증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의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한다. 여러 연구에서 관해 상태를 빨리 유도하고 점막 병변이 호전돼 영양이 개선되고 따라잡기 성장이 있었다. 이 약제는 적응 권고안을 따라서 사용하며, 보험적용 기준을 충족해야 투약할 수 있다.

    ▲ 어떤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져야 할까? = 성장과 질환을 고려한 적절한 영양이 필요하다. 장에서 염증 반응이 활발할 때는 무리한 활동이나 심한 운동을 피하고, 기름진 육류나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시중에 파는 음료수, 지나친 채소류의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크론병 환자에서 일률적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개인차가 있다. 평소에 음식 일지를 작성해서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지 파악하면 도움이 된다. 비타민 D, 칼슘, 철분이 풍부한 식품과 단백질을 충분히 먹도록 해준다. 정기적인 영양 평가를 하고, 소아소화기 전문가의 감독 하에 영양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염증을 잘 조절하면 학업과 일상 활동에 지장이 없고, 삶의 질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크론병에 걸렸다고 위축되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정상적인 일상 활동을 유지하도록 심리적 지지와 격려를 해주고, 임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창원경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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