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를 돌리는가 싶으면
어느새 빨래를 두드리고
방아를 찧나 싶으면 깻단을 틀고
밭 매는가 싶으면 마늘종 뽑고
나무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저녁 다 지어놓으시더니
손발이 너무 빨라
늙기도 저리 빠르셨나!
집에 가고 있다고 전화라도 할라치면
찬찬히 오라고 몇 번씩 다짐받고는
정작 상 차려놓고 동구 밖 기다리던 사람
어쩌다 아들딸네 집
두루 사나흘 묵을 양으로
큰맘 잡수시고 나선 걸음이련만
빈 집에 쫄쫄 굶고 있을
강생이 얌생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고
이틀도 못 넘기고 휭 가버리시는
늙어서도 그 발길 도무지 따라 못 잡을
날래디날랜
저 깨꽃 차림 뒷모습!
☞ 초복, 중복을 지나 드디어 내일이면 말복입니다. 그간에 입추도 지났으니 이 더위의 기세도 누그러지리라 여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시 속에서 만나는 날래디날랜 어머니는 이 무더위를 어찌 견디시는지? 젊은 자식들은(?) 초복입네, 중복입네 하면서 복달임 빠지지 않지만, 깨꽃 같은 어머니는 이 여름을 어떻게 건너고 계시는지? 올해의 말복만큼은 닭 한 마리 넣어 푹 곤 닭죽이라도 끓여 부모님과 함께 드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