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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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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게 잡기- 황일숙(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 기사입력 : 2017-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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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으로 기억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 공부를 하려고 시골집으로 왔다.

    공부에 지친 어느 여름날 약국을 하시는 초등학교 선배님이 꽃게를 잡으러 가자고 하셨다. 약국을 하는 선배와 통영 출신의 게잡이 경험 많은 어느 형, 나 이렇게 셋이 함께 저녁에 횃불을 들고 바닷가에 꽃게를 잡으러 갔다.

    가는 도중에 통영 출신의 형이 왕초보인 나에게 조언을 했다. 게는 밤에 보호색을 띠어 돌멩이와 구분이 힘들므로 초보는 발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발견하면 집게로 한 번에 잡아야 한다고 했다. 잡다가 실수하면 게가 날아다니니 한 번 놓치면 잡을 수 없고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개펄에 기어 다니는 게가 어떻게 하늘을 날까? 참 과장도 심하다고 생각했다.

    횃불과 집게, 게를 담을 빈 통을 들고 마침내 바닷가에 도착했다. 막상 바닷가에 도착하고 보니 나의 생각이 틀렸다. 썰물이 되기를 기다려 물이 빠지면 게를 잡는 것이기는 하나 개펄에서 게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물이 허벅지 정도까지 차 있는 상태에서 돌멩이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게를 발로 잽싸게 밟고 집게로 집어 올려 통에 담는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게가 보호색을 띠고 돌 옆에 바싹 붙어 있으면 그게 돌로 보이지 게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 시간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통영 형은 참 잘도 잡는다. 내가 안쓰러운지 그는 자기가 발견한 게를 나더러 잡아보라고 했다. 게가 있는 곳을 손으로 알려주는데도 내 눈에는 일렁이는 물결 밑으로 돌멩이만 보이지 게는 보이지 않았다.

    내 발 앞 돌멩이 옆의 게를 집게로 알려주자 게가 그제야 보였다. 집게를 갖다 대려는 순간 게가 물살을 옆으로 차고 가는 속도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빨랐다. 그것을 보니 게가 날아다닌다는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험공부한다고 날려버린 내 젊은 날과 내가 놓쳐 물살을 차고 날아가버린 게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놓친 게에 대한 아쉬움과 시행착오로 얼룩진 내 젊은 날에 대한 아쉬움이 어찌 그리 닮아 보이는지.

    황일숙  (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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