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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할마 육아-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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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할머니가, 미국은 베이비시터가, 프랑스는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시대, 필자의 아이들도 양가 할머니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퇴근 후, 할머니 등에 포대기로 업힌 아이를 마주할 때면 안도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할마·할빠’ 육아시대라고 한다. 할머니+엄마, 할아버지+아빠를 줄인 신조어다.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요즘의 할마·할빠는 앞선 여느 세대보다 손주 보육과 교육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조력자를 넘어서 새로운 육아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다. 반면 이들의 육아 비중이 커지면서 ‘손주병’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손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가는 신체적 질병과 함께 극도의 피로함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할머니가 될 수 있는 동물은 세상에 3종류밖에 없다. 사람과 범고래, 돌쇠고래다. 나머지 대부분 동물은 생식능력을 잃으면 곧 죽는다. 그렇다면 여성이 폐경 후에도 수십 년을 더 사는 이유는 뭘까. 미국 크리스텐 호크스 박사는 ‘할머니 가설(1998년)’로 이를 설명한다. 나이 든 여성이 폐경을 하는 이유가 ‘고령 출산’보다 ‘손주 돌봄’이 자손 번창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진화론적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할머니가 돌본 가정의 자손 번창률이 높고, 돌봄 활동을 한 할머니의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부모의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더 교수팀은 조부모와 손자녀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주 접촉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인이 된 후의 성취도가 높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는 격대교육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정책적 고민에서 조부모가 소외됐었다. 조부모라는 이유로 일방적 희생이 강요돼선 안 된다. 할마·할빠들이 행복해야 그들의 자손들도 웃을 수 있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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