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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50) 제19화 대통령선거 80

“별이 무척 아름답지요?”

  • 기사입력 : 2017-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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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희와 지훈은 한국인 대학생들과 친구가 되었다. 바비큐 파티로 부족하여 한국인 학생들의 방으로 몰려갔다. 그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실 생각이라고 했다.

    ‘녀석들이 나를 열외로 젖혀 놓네.’

    바비큐 파티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서경숙이 혼자 앉아 있는데 핸더슨이 잔을 들고 왔다.

    “어머, 언제 왔어요?”

    서경숙이 놀라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금 늦게 도착했어요. 출발은 먼저 했는데… 차가 고장이 났어요.”

    핸더슨도 차를 렌트했었다.

    “와인 한 잔 갖다가 드릴까요?”

    “좋아요.”

    핸더슨과는 며칠 전에 카누를 함께 탔다. 트레킹을 할 때 만났는데 모헤인호수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핸더슨이 와인을 가지고 왔다.

    “고마워요.”

    서경숙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바라보았다. 외국인 남자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왜 이러지? 술 기운 탓인가?’

    금발의 서양 남자를 몸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욕망이 맹렬하게 일어났다.

    “아까 보니까 중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것 같았어요.”

    핸더슨이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금발머리에 갈색 재킷의 캐주얼차림이었다. 로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캐주얼 차림이거나 아웃도어 차림이었다. 머리는 짧은 금발이었고 눈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요? 외국어 공부를 하기는 했어요.”

    서경숙은 핸더슨을 향해 웃었다.

    “별이 무척 아름답지요?”

    “아름다워요.”

    “하늘의 별이 신비스러운 것처럼 여기서는 모든 것이 신비스러워요.”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죠.”

    서경숙은 핸더슨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핸더슨은 기회가 오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모헤인호수를 출발하여 보우폭포를 거쳐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보우폭포는 마를린 먼로가 출연했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서경숙은 마를린 먼로를 생각하면서 보우폭포를 눈여겨보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가 이야기만 남기고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쓸쓸했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는 특수제작한 차가 눈 덮인 벌판을 달리는 코스가 절경을 이룬다. 서경숙은 아이들과 함께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를 달렸다.

    서경숙이 로키산맥 여행을 마친 것은 보름이 지났을 때였다. LA로 돌아와 하루를 쉬고 서경숙은 마침내 한국으로 향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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