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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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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방학, 아이들에게도 휴가이길- 심광보(경남교총 회장)

  • 기사입력 : 2017-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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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이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는 여름방학이 그림의 떡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방학은 분명 휴가다. 초등학생도 느끼는 느긋한 아침, 컵라면이 아닌 집밥으로 배를 채우고 가는 중학생의 학원 길도 방학이 주는 여유이고 푸근함이다. 돌아보면 학창시절 그 방학들은 모두 잊어버릴까 두려운 소중한 추억이 됐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인도네시아가 아니라/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하략)’ 고은 시인의 시에서 휴가의 정의를 새삼 깨닫게 된다.

    휴가는 보상이다. 치열하리만큼 열심히 살았던 자신에게 주는 표창 같은. 그래서 굳이 해외여행이 아닌 ‘방콕’이라도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이 휴가이고 그 쉼의 순간이 곧 충전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방학 중에도 보충수업으로 교실이 열리고, 초등학교에는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돌봄교실이 열린다. 유치원 노란 버스는 오늘 아침에도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었다. 방학 전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 집을 나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된다. 그들에게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올까?

    프랑스의 어느 작가가 쓴 글이 생각난다. ‘생 루이, 루이 7세, 그리고 헨리 4세. 프랑스의 왕관을 썼던 69명의 군주 중에서 단지 세 분만이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셨는데 그들은 모두 유모가 아닌 어머니에 의해 양육되었다.’

    작가는 군주에 대한 평가가 올바른지의 여부는 제쳐놓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고귀함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가족과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땅의 고등학생에게, 돌봄교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일년 내내 노란버스를 타야만 하는 유치원 아들에게도 방학은 오롯이 휴가이기를 기원해본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도 잊어버릴까 두려운 소중한 추억들을 가질 수 있는 방학이어야겠다.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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