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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둔감함- 이준희 문화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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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볕더위가 맹렬한 기세로 밀어붙이자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를 선언한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휴가를 떠난다. 재충전을 통해 생활에 활력을 되찾고 가족들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가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피서지마다 여름 무더위가 가져온 ‘짜증’이라는 선물이 사소한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히게 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사소한 일로 서로간 짜증을 내다 보면 언쟁이 일어나고, 또 시비가 되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옛 말에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고 했다. 예리한 말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그래서 예민함보다는 둔감함(鈍感力)을 추천한다. 상대방이 던지는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무덤덤하게 자신의 일에만 매진하자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실락원’으로 유명한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둔한 감정과 감각이라는 뜻의 둔감에 힘을 뜻하는 역 (力)자를 붙인 둔감력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둔감함은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일에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깨닫고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 둔감해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비판에도 상처를 받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달생 편을 보면 목계(木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떠한 적이 덤벼도 함부로 버둥거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적절히 둔감하고 의연한 닭 이야기로 싸움을 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에 관해 말해주고 있다.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말은 물(水)을 닮았다고 했다. 천천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화에 습기를 공급하고 뜨거운 감정을 식혀주기에…. 이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보다는 적절한 유연함으로 상대방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할 때다.

    이준희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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