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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비가 내려야 무지개가 뜬다-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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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는 아니지만 우리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인(오너)을 직접 또는 곁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 기자가 그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존경(尊敬)’이다. 기자가 월급쟁이라서가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활과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급여를 주는 대신 그들에게 노동력을 제공받고 수입도 많겠지만, 처지로 따지자면 대다수 오너들은 직원에 비해 훨씬 긴장되고 힘들다. 직원들이야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면 대가를 얻을 수 있지만 오너들은 그렇지 않다. 앞을 향하고는 있지만, 옆도 봐야 하고 뒤도 돌아봐야 한다. 앞의 앞도 내다봐야 하는 긴장과 노력 없이는 회사를 지켜낼 수가 없다. 쉬고 싶어도, 손을 놓고 싶어도 회사가 혼자의 인생이 달린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없다. 대다수 오너들의 표정에서 자신감, 피곤, 비장함 등이 혼재돼 있는 게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오너들을 만날 때면 자수성가(自手成家·self-made)형인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키운’(inherited and growing)형인지 따져 보는 게 버릇이 됐다. 굳이 구분 지을 의도는 없지만, 뭔가는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순전한 호기심 때문이다. 물론 기자의 판단이 오류나 편견일 수도 있다. 짐작하겠지만 자수성가형은 강한 자신감이 특징이다. 가끔 무모하고 억지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몰입돼 있다. 하지만 그들 뒤에 지워지지 않는 것이 실패에 대한 ‘불안’이다. 혼자서, 밧줄 하나 없이 꼭대기에 오른 터라 자신감도 충만하지만 반면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한다. 그들에게 꼭대기 반대쪽은, 중턱이 아니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밑바닥이다.

    조금이라도 선대(先代)로 부터 물려받아 기업을 일군 오너들은 자수성가형에 비해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다. 성장환경에서 연유한 것인지, 긴장감이나 치열함이 덜해 보인다. 선대의 것을 기반으로 했다지만, 그 이상으로 키우고 지켜내는 게 창업에 버금가는 힘든 과정임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기자의 촉이 둔감한 탓인지 그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어내지 못한다. 뛰어난 분장술(扮裝術) 때문이거나,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닥을 밟아보지 않은 사람이 시리고 어두운 그곳의 감촉을 모르기도 하고, 억지로 알 필요도 없고, 그래서 부정하고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성공한 오너들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 ‘잘 사는’ 지혜다. 단순히 돈만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에너지다. 미국의 백만장자 연구에서 그들의 성공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그들이 금전적으로 성공한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돈이 아니라 돈을 벌고 지킬 수 있도록 만든 개인적 자질이다. 또 하나는 파산이나 파산의 유사 경험을 자주 반복했다는 것이다. 칠전팔기(七顚八起)까지는 아니지만 평균 3번 정도로, 스스로 올바른 기획을 찾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패’는 모든 오너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 중견기업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고 싶다면 비 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공포심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얘기다. 실패에 맞서 난국을 헤쳐가는 건실한 지역 오너들의 선전을 응원한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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