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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45) 제19화 대통령선거 75

“엄마 혹시 우리에게 자랑하는 거야?”

  • 기사입력 : 2017-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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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던 청춘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이 이제 청춘이 되었다. 아이들의 성장은 눈이 부시지만 젊음이 속절없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쓸쓸했다.

    “그렇지. 당시에 6개 국어는 쉽지 않았으니까.”

    “스페인어는? 나중에 배웠어?”

    “비서실에 취업한 뒤에 스페인에 합작공장을 설립하게 되었어. 회장님이 스페인어를 배우라고 하더라고. 월급을 더 준다는데 어떻게 해?”

    서경숙의 말에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굉장히 억척이었던 것 같아. 6개 국어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러니 삼일그룹 비서실에 취업을 했지.”

    “삼일그룹 비서실이 대단한 거야?”

    “나름대로 알아주지. 나는 전화나 받는 역할이 아니었어. 삼일그룹은 실력파만 비서실에 발탁했는데 회장님은 내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했어. 내가 남자였으면 삼일그룹 부회장까지 승진했을 거야. 회장님이 가끔 사장들보다 낫다고 하시고는 했어.”

    “엄마 혹시 우리에게 자랑하는 거야?”

    “그래. 자랑질 좀 하고 있다.”

    서경숙은 웃으면서 지훈의 어깨를 때렸다. 아이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 덕분에 우리는 초등학교 때 이미 영어를 능숙하게 했어.”

    “엄마가 꽤 극성을 부렸지. 집에서는 영어만 하게 했으니까.”

    “난 일기도 영어로 썼어.”

    옛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다운타운에 스테이크 전문요리집이 있었다. LA에서 유명하다고 하여 30분이나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갔다. 시간은 오후 1시가 되어 있었다. 주문을 하고 앉아 있는데 임준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떻소? LA는 잘 도착했소?”

    “네. 잘 도착했어요.”

    서경숙은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임준생은 자기가 아는 LA의 명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서경숙은 웃으면서 들어주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회장님도 편안한 시간 되세요.”

    서경숙은 간단하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임준생의 자상한 성품이 이럴 때는 방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빠도 멋쟁이었어?”

    “당연하지. 멋쟁이가 아니면 내가 왜 결혼했겠어?”

    “성격은 좀 달랐지?”

    “달랐지. 아빠는 굉장히 예민했어. 나는 털털한 편이었고….”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스테이크가 나왔다. 스테이크는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신 뒤에 식당을 나와 할리우드 대로로 갔다.

    “엄마, 할리우드 대로에서 영화배우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야.”

    지훈이 서경숙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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