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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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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익명 커뮤니티 ‘신상 털기’ 도 넘었다

사진 등 올려 개인정보 물으면 나이·학과·거주지 등 댓글 달려
제재 방법 없고 범죄 노출 우려

  • 기사입력 : 2017-07-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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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한 대학 3학년생인 한모(21·여)씨는 이달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씨가 다니는 대학교의 익명 커뮤니티 페이지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글을 보고 친구들이 ‘신상이 털렸다’며 연락이 쇄도했던 것. 해당 페이지에 바로 들어가보니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들른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작성한 ‘알바 하시는 분 너무 예쁘다. 혹시 남자친구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혹시 연락처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릴게요’란 게시글이 있었고, 그 아래에 같은 대학 학생들이 자신의 나이와 학과, 언제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는지까지 20여개의 댓글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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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인의 신상을 물어보는 제보글이 올라와 있다./모 대학 커뮤니티 페이지 캡쳐/



    한씨는 “내 신상정보가 이렇게 쉽게 유출됐다는 것에 놀랐다”며 “무서워서 아르바이트도 이제 마음대로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손모(25·여)씨는 지난해 교양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누군가 몰래 자기 사진을 찍어 ‘이분 예쁜데 남자친구 있는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려 피해를 봤다. 게시글이 올라온 후 삽시간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태그하거나, ‘특정 장소에 자주 보인다’ 등의 댓글이 달려 이름과 학과, 사는 아파트까지 개인정보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공개됐다. 손씨는 “이런 방식으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까지 신상이 모두 노출되면서 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도내에서도 ‘OO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 대학 익명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한 ‘신상 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오면 재학생들은 주인공으로 짐작되는 주변 지인들을 태그하게 되는데, 이 경우 당사자도 모르게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각각 1만1000여명과 1만8000여명이 가입해 있는 도내 2개 대학 익명 커뮤티니 페이지에는 평소 안면 있는 학생에게 호감을 표시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목격한 사람의 애인 유무를 묻거나 찾아달라고 하는 등 1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문제는 신상노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어도 개인이 운영하는 각 커뮤니티 페이지별로 이를 크게 문제삼지도 않는 데다 제재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서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특정인의 고백하는 글 등 신상 노출이 우려되는 제보를 금지하고 있지만, 도내 대학을 비롯해 대부분 대학 커뮤니티 페이지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경남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SNS상에 개인의 의사에 반해 신상정보나 가십거리를 허락 없이 노출하는 행위는 그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공무상 기밀누설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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