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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37) 제19화 대통령선거 67

“제 넥타이와 어울리나요?”

  • 기사입력 : 2017-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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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과 이준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이준구의 얼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준구는 장군 진급을 앞두고 있었다. 군대에서 장군 진급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서경숙은 이준구를 돕겠다고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이미숙이나 이준구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지 않았다.

    이미숙은 국수 체인점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했다. 팔자가 기구하여 남편 복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준구와 좋은 관계인 듯 그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했다.

    ‘이준구를 내가 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인사 문제는 상당히 공평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권력이 추해지고 있었다. 장관 후보자들 중에 농지전용, 위장전입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어쩌면 한결같이 법을 위반했을까. 서경숙은 장관후보자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준구는 어떤 법을 위반했을까?’

    이준구도 법을 위반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법을 위반한다. 무단횡단을 하고 속도위반이나 주차위반을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경범죄다. 경범죄라고 해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국민을 위하여 어쩌고저쩌고 말할 때 국민들은 슬퍼지는 것이다.

    서경숙은 이튿날 갤러리로 출근했다가 윤석호를 만나러 나갔다. 윤석호는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부장검사를 지내고 지방의 검사장에 있었으나 민정수석에 임명된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경숙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윤석호가 서경숙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윤석호는 검찰 출신답게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이태원에 있는 프랑스 식당이었다.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식사를 했다. 윤석호는 달변이었다.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미인이라는 말씀은 들었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호호. 비서관님이 더욱 멋쟁이세세요.”

    “제 넥타이와 어울리나요?”

    “네. 잘 어울려요.”

    “집사람이 그러는데 디자인이 피카소의 그림에서 따온 거랍니다.”

    “어쩐지 낯이 익다고 했어요.”

    넥타이의 디자인이 보기 좋았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의 내전을 배경으로 그렸는데, 참혹한 면이 있지만 부분 부분이 여자들의 옷이나 넥타이에 디자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는 넥타이를 화제로 삼더니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자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실 생각입니까?”

    “대통령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를 해주시기를 바라요.”

    “나에게도 보고를 해주실 겁니까?”

    윤석호가 정색을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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