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35) 혼자 사는 민서 이야기
“많은 도움으로 무섭지 않아요”14살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부모 이혼 후 할머니 밑에서 성장할머니가 병원 입원하며 홀로 지내
- 기사입력 : 2017-07-18 22:00:00
- Tweet
중학생인 민서(가명·14)는 혼자 산다. 아침 6시 반에 혼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갔다가 학원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저녁 9시쯤 일과가 마무리되고, 어둠이 내리면 문을 닫고 혼자 잠이 든다.
민서가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은 아니다. 낡고 오래된 집이긴 했지만 할머니, 엄마, 아빠, 민서 이렇게 4명이 이 집에서 단란하게 살았다. 아빠는 원양어선을 탔다. 표현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가족 모두 민서를 아끼고 사랑했다. 때때옷을 입혀 찍은 돌사진, 볼이 통통한 유치원 졸업사진이 방 곳곳에 붙어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서가 통합사례관리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이 흩어지기 시작한 건 2학년 때였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했고, 엄마가 짐을 싸 집을 떠났다. 민서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엄마와 왕래는 없느냐고 묻자 “6학년 때 딱 한 번 전화가 왔었는데, 잘 지내느냐고 묻고 한참을 울다가 전화를 끊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날 이후 엄마는 더 이상 연락이 없다.
할머니와 둘이서 지내는 날에도 위기가 닥쳤다. 6학년 때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자 삼촌댁에 맡겨지면서부터다. 고등학생이었던 사촌 언니와 같은 방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사춘기를 겪던 언니는 민서의 존재를 힘겨워했다. 결국 삼촌집 거실에서 자고 먹고 기거하는 세월을 견뎌야 했다. 그때의 기억은 민서에게 온통 회색빛이다.
할머니 상태가 잠깐 호전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땐, 3년 정도 민서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 통원치료도 가고 약도 타왔다. 힘겨웠지만 그래도 그 생활이 좋았다. 우리집이었고, 민서를 끔찍하게 아끼는 할머니랑 지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할머니가 병원에 가게 됐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엉치에 문제가 생겼다. 민서는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할머니를 보러 간다. 걱정이 태산인 할머니는 민서를 고모나 삼촌에게 맡기려 했지만 민서는 ‘혼자 살겠다’고 선언했다. “혼자 있는 게 맘이 편해요.”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온다. 필요한 물품들을 민서에게 사주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간다.
아빠가 가고 나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모두 혼자서 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일. 먹고 입는 문제부터 학업이나 진로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다행히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민서의 일과를 돌봐주고 있다. 집이 노후돼 얼마 전엔 지역 기업체 봉사단이 민서 집에 들러 페인트 칠과 지붕수리를 새로 해주기도 했다. 민서는 씩씩하다.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씩 웃는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시는데요. 무섭지 않아요.”
민서는 조심스럽게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교육대학에 갈 꿈을 꾼다. “혼자 살아가야 할 테니까, 일찍이 직장을 잡고 안정적인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해요.”
김정희 사례관리사는 “민서가 공부를 해나가는 잠깐 동안만이라도 사회적인 관심과 도움이 있다면 분명 제 몫을 해나갈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날 것이다”며 “민서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글·사진= 김유경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6월 2일자 6면 통풍 걸린 아빠와 재훈이 형제 이야기 후원액 315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희망나눔 프로젝트] (38) 화상으로 수술 절실한 정우
- [희망나눔 프로젝트] (37) 아빠와 둘이 사는 12살 연수
- [희망나눔 프로젝트] (36) 아픈 몸으로 아이 넷 혼자 키우는 성우씨
- [희망나눔 프로젝트] (34) 통풍 걸린 아빠와 재훈이 형제 이야기
- [희망나눔 프로젝트] (33) 가정폭력에 시달린 한부모가정 현수
- [희망나눔 프로젝트] (32) 어머니·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우진씨
- 희망나눔 프로젝트 (31) 심장이식 아버지·베트남 어머니와 사는 현준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30) 노령연금에 의존하는 조손가정
- 희망나눔 프로젝트 (29)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주혁씨
- [희망나눔 프로젝트] (28) 간호사가 꿈인 라희
- [희망나눔 프로젝트] (27) 신생아 때부터 신부전증 앓고 있는 정훈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26) 엄마·아빠가 많이 아픈 정현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25) 김해 사는 장애인 정호씨
- [희망나눔 프로젝트] (24) 김해에서 조부모와 사는 희은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23) 몸 아픈 베트남 출신 엄마와 단둘이 사는 다정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22) 낡은 슬레이트 집에서 여섯가족 살고 있는 상구네
- 희망나눔 프로젝트 (21) 비좁은 집에서 홀어머니와 삼남매 생활하는 현신이네
- 희망나눔프로젝트 (20)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는 할머니와 두 손자
- 희망나눔프로젝트 (19) 3살때 화재로 전신화상 입은 대수
- 희망나눔 프로젝트 (18) 아빠가 암으로 시한부 선고받은 민재네
- 희망나눔 프로젝트 (17) 아버지 여의고 어머니·남동생과 사는 지연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16) 아빠 없이 정신장애 있는 엄마와 사는 다영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15) 한부모가정서 두 여동생과 사는 혜영이
- 희망나눔 프로젝트 (14) 아픈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수빈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13) 밀린 월세·도시가스비 못내 막막한 '지민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12) 가족력으로 섬유종질환 앓고 있는 민정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11) 자동차정비사 꿈 키우는 현명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10) 쓰러질 듯한 슬레이트 집에 사는 8살 지우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9) 한쪽 눈 안보이는 지영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8) 과학자의 꿈 접으려는 민성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7) 유재석 같은 MC가 꿈인 경모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6) 김해 슬레이트집 사는 재호네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5)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영호네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4)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경철이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3) 하반신 장애 부자의 아픈 사연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2) 수연·두나 자매의 소원
- 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1) 13살 준혁이의 꿈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