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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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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심야영화 (2) 쫄쫄이를 입은 두 쪼렙-스파이더맨 홈커밍

  • 기사입력 : 2017-07-17 14: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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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쫄쫄이를 입은 두 쪼렙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쪼렙은 레벨이 낮다는 뜻으로, 아직 수준이 낮고 미성숙하다는 말이다.
     
    최근 회사에서 한 부장님께 이런 말씀을 들었다. '안 기자, 너무 뜨겁다. 조금 식혀라. 가슴은 뜨겁돼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뜨거움으로 표현됐지만, 본 의미는 '좀 정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가 아니였을까 싶다. 그 순간,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헐렁한 옷으로 저질몸매를 감춰오다, 옴마! 갑자기 착 달라붙는 쫄쫄이를 입은 듯했다. 그렇게 내 정신의 민낯은 민망한 부위를 감출 새도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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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나는 여전히 치기어리고, 답답할 만큼 미숙하고, 부담스럽게 감정적이다. 때문에 이따금 또는 종종 회사 선·후배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지난 14일,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도 그랬다. 애매한 사안을 붙잡고, 시간에 쫓겨, 이도저도 아닌 기사를 써 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기사는 게재되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이 두려울 따름이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그런데 애매한 기사 때문이었을까. 하필 고른 영화시간도 애매했다. 밤 12시라니. 24시인지 0시인지 판가름 내릴 수 없는 시간에, 14일과 15일의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시간에 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봤다.
     
    스크린에는 또다른 내가 있었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는 정의감에 불 타지만, 미숙한 나머지 하는 일마다 탈이 난다. 자기 차를 타려는 사람을 도둑으로 보고 거미줄을 쏘고, 강도를 잡으려다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를 콩가루로 만들고, 유람선에서 악당을 잡으려다 배가 두 동강이 나 승객들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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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인들은 피터 때문에 종종 곤혹스럽다.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이런 피터가 까불다가 언제 위험에 빠질지 몰라 신경쓰고, 메이 숙모는 어딜 싸돌아다니는 지 모를 피터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위치확인을 시도한다. 친구들은 악당을 쫓느라 거침없이 약속을 펑크내는 피터에게 분개한다. 피터의 매력적인 댄스 파트너는 파티에서 '미안해 나 가봐야 해'라는 말을 듣고 벙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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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를 놀리는 한 친구는 그를 '피똥 파커'라 부른다.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피터는 주변인들을 정말 피똥싸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피터가 밉지 않다. 잘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순수한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모든 쪼렙들의 심정이지 않을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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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쫄쫄이 입은 열혈청년을 보니 민망했던 그때가 생각 나, 글을 남겼다. 사실 지난 주에 업뎃했어야 했는데, 요즘 바빠서(?), 아니 슬럼프(?)여서, 아니 흠... 아무튼 정신이 없어서 '심야영화'를 쓰지 못했다.
     

    기자살롱 편집자님은 그런 나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다. 절대 압박하시거나, 쪼우시지 아니하셨......다.
    아~ 손이 다 떨리네. 흠흠. 그럼 이만, 2주 뒤에 만나요.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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