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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시험대에 오른 협치(協治)-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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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치(協治)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 시험대에 올랐다. 야 3당이 부적격으로 분류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은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여야는 물론 청와대가 마지막 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에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나자마자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 3당이 송영무·조대엽 두 사람에 대해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등을 위한 7월 임시국회는 없다고 공언해 청와대가 일단 대화모드로 돌아섰다.

    정부조직법은 그렇다 쳐도 추경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일자리와 직결돼 있어 지난번과 같이 두 사람에 대해 임명을 마냥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너무 큰 탓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송·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며칠 미루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둘러싼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애초 두 사람에 대해 임명을 강행할 계획이었으나, 집권여당으로 하여금 야당과 대화할 시간을 주겠다는 말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전날 청와대가 정무수석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한 임명 입장을 전해 왔지만, 국회에서 추경 처리 등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하도록 대통령께 며칠 시간을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야 3당은 한목소리로 ‘꼼수정치’라며 되레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첫째는 야당이 어떻게 하나를 보자는 것이고, 둘째는 여론 동향을 파악해보자는 것 아니냐”면서 “술수정치·꼼수정치·잔수정치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지명 철회가 아닌 임명 연기론을 흘렸는데, 미봉책이자 또 하나의 꼼수”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을 중심으로 한 사람만 지명 철회하면 안 되겠느냐고 의사타진 중이라는데 이는 꼼수 중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야 3당이 이처럼 문 대통령의 ‘임명 연기’에 대해 반발수위를 높이는 것은 두 사람에 대한 임명 결정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의심하기 때문이다. 즉, 문 대통령이 전례와 같이 두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데도 여당은 물론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 대화를 조금 더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할 만큼 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설령 두 사람 모두 임명한다 하더라도 야당과 협치 노력을 했다는 것은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처럼 문 대통령의 두 사람에 대한 임명 연기를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기간 청와대 정무라인과 여당 관계자들이 전방위적으로 대야 설득작업을 펴겠지만, 그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이유도 다시 한 번 새겨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회 간 진정한 협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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